촛불재판 개입 논란으로 야기된 '신영철 대법관 사태'와 관련해 고등법원 중견판사들도 18일부터 판사회의를 여는 등 파문이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일선 판사들에게 판사회의에서 논의 수위를 낮춰 달라고 전화를 건 데 이어 이날 김용담 처장이 직접 판사들의 자제를 당부하는 글을 법원 내부 게시판에 올리는 등 진화에 부심하고 있다.

광주고법은 18일 배석판사 9명 전원 동의로 이날 오후 6시 판사회의를 열었다. 고법판사회의는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고법 배석판사는 대개 12~15년차여서 11년차 이하의 지법 단독판사와는 달리 중견의 지위에 있다. 판사들은 신 대법관의 재판 개입을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 위법한 행위"로 규정하고 "신 대법관이 사법부 최종심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대법원 조치도 이번 사태로 실추된 사법부 신뢰를 회복하는 데 미흡하다"며 그의 사퇴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고등법원인 특허법원도 배석판사 13명이 전원 참석한 가운데 판사회의를 열고 "신 대법관 사태의 원인은 사법관료화에 있으며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결론내렸다. 대전고법 배석판사 11명도 모임을 갖고 신 대법관의 행위가 재판 개입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날 서울서부 · 부산 · 인천 · 수원 · 의정부 · 울산 등 지법 6곳에서도 단독판사 회의가 열렸으며 서울가정법원에서는 단독판사와 배석판사의 연석회의가 개최됐다.

법원 수뇌부는 사태 진화에 나섰다. 김용담 처장은 법원 내부 전산망인 코트넷에 '전국 법관들에 대한 당부 말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판사 한분 한분이 여론이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이성적 · 합리적으로 판단해 행동하리라 믿고 있다. 부디 잘못이 또 다른 잘못을 부르고 그러한 잘못이 모여 우리가 전혀 바라지 않았던 결과를 낳는 일이 없도록 재삼재사 숙고해 달라"며 판사들의 자제를 요청했다.

대법원은 또 각급 법원장의 배당 재량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배당 예규 개정안을 마련, 오는 7월부터 시행키로 했다. 개정안에는 '관련 사건,쟁점이 동일한 사건,사안이 복잡하거나 다수의 이해관계인 또는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한 사건 등은 배당 주관자가 사무분담의 공평을 고려해 적절히 배당할 수 있다'는 기존 조항이 삭제됐다.

임도원/서보미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