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개성공단 근로자에 대한 '임금 현실화'를 요구하면서 입주 기업들이 감내할 수 있는 임금 인상폭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북한은 월 90달러(베트남)~180달러(중국) 수준의 임금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이 18일 개성공단 20개 입주 기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15개 응답 기업은 중국 수준의 임금 인상은 수용할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들 기업은 초기 투자 단계에서 수익성 악화를 비롯해 제반 사업 인프라를 감안할 때 중국 수준으로 임금을 올리면 개성공단의 '투자 메리트'가 사라진다고 답했다.

15개 응답 기업은 북한이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북측 근로자에 대한 어느 정도의 임금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수용할 수 있는 임금 인상폭'을 묻는 질문에는 대부분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 입주 기업 사장은 "기업마다 사정이 다른 데다 기업하는 입장에서 가급적이면 임금을 조금 올려주는 게 좋은 것 아니냐"며 "남북 양측이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업체들이 임금 인상폭을 미리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일부 섬유기업들은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에 따른 후유증 등 현실론을 들어 100달러 안팎(베트남 수준)의 임금 인상은 조건부로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 섬유기업 사장은 "북측으로부터 통신 통행 통관 등 '3통 문제'를 해결해주고,인력 공급을 원활히 해준다는 약속만 받아낸다면 베트남 수준으로 임금을 올려줘도 상당수 기업들이 채산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101개 입주 기업의 대표단체인 개성공단기업협의회는 정부 측에 임금 협상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해 내부 논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회 관계자는 "구체적인 임금 인상폭은 제시할 수 없지만 업계 의견을 취합해 합리적인 인상안 등을 정부에 적극적으로 개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현재 남북 양측이 합의한 최저임금제를 골간으로 근로자의 노동 숙련도에 따른 차등 인상안 등 임금 인상 가이드라인을 준비하고 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