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 최근 말기 암환자가 연명치료 중단을 원할 경우 법적 절차를 거쳐 이를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결정은 대법원이 오는 21일 연명치료 중단 여부에 대한 존엄사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인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18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은 최근 열린 의료윤리위원회(위원장 오병희 부원장)에서 '말기 암환자의 심폐소생술 및 연명치료 여부에 대한 사전의료지시서(advance directives)'를 공식적으로 통과시켰다. 이 지시서는 연명치료로서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치료를 받을 것인지에 대해 말기 암환자가 본인의 선택을 명시하게 돼 있으며,환자가 결정하지 않을 경우 평소 환자의 생명 가치관을 잘 알고 있는 가족 등 특정인이 의사 결정 대리인으로 지정된다.

말기 암환자의 사전의료지시서가 마련된 것은 서울대병원이 처음으로 이는 사실상 말기 암환자나 특정 대리인이 연명치료 중단을 요구할 경우 이를 문서로 남겨 향후 존엄사 논란 때 근거로 사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병원 측은 사실상 말기 암환자의 치료를 주관하는 혈액종양내과에서 이미 지난 15일부터 환자들에게 사전의료지시서 작성을 추천하고 있으며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허대석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앞으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해 법적인 체계를 만들어간다는 의미"라며 "진료 현장에서 말기 암환자에 대한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비롯되는 (위급환자가 치료받지 못하는) 문제를 시정하고 연명치료를 거부할 수 있는 환자의 권리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을 표명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