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HSBC,SC제일 등 외국계 은행들과 계약을 맺고 대출을 알선하던 모집인들이 최근 고객들의 신용정보를 빼돌려 유통시키다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자기가 계약을 맺은 은행의 고객 정보를 다른 은행의 대출모집인들에게 팔거나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2년간 거래한 정보만 400만건에 이른다고 하니 대출 알선 광고가 휴대폰 문자메시지나 이메일로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드는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경찰 수사 결과 발표 이후 외국계 은행들은 대출모집인들은 자신과 관련이 없다고 발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유통시킨 고객 정보는 은행이 제공한 게 아니라 모집인들이 스스로 모은 것이라는 논리다.

실제로 은행 측은 모집인들과 계약할 때 기존 고객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집인들이 은행과 계약을 맺은 이후 끌어모은 신규 고객들의 정보는 고스란히 노출된다. 더군다나 모집인들은 '○○은행 종로 전략영업팀'이라는 식의 명함까지 갖고 다니기 때문에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이들이 은행 정규직 직원인지 대출모집인인지 알 길이 없다.

외국계 은행의 대출모집인 제도에 대한 부작용은 그동안 수차례 지적됐지만 시정되지 않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이 국내에 처음 모집인 제도를 도입한 이후 국내 영업기반이 약했던 HSBC,SC제일은행 등이 모집인을 경쟁적으로 채용하며 지금은 한 은행에 800~1200명의 모집인들이 일하고 있다. 최근에는 농협,우리은행 등 국내은행들까지 대출모집인을 고용하고 있다. 대출모집인들은 통상 10명 안팎이 팀을 이뤄 계약이 끝나면 은행을 옮겨다니기 때문에 고객 정보가 이 은행 저 은행으로 흘러다닐 가능성이 있다.

더군다나 모집인들은 월급을 60만원 정도밖에 받지 못하기 때문에 수수료(신용대출의 경우 대출액의 2~3%,담보대출은 0.2~0.3%)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사회문제가 됐던 엔화대출도 대출모집인들이 경쟁적으로 유치하며 피해를 키운 경우가 적지 않다. 심지어 대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대출액의 10%에 해당하는 뒷돈을 받고 영업 실적이 나쁜 지점에 대출을 알선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은행들의 자체 정화력이 한계에 달했다면 금융감독당국이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