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친이계가 원내대표 경선을 계기로 분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을 거치면서 친이계는 크게 세 부류로 분화되는 양상이다. 친박과의 화합을 중시하는 온건파와 친이계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강경파,그리고 중립적 입장에서 접근하는 세력 등이다.

이 중 온건파와 강경파의 갈등은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설이 흘러나오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박근혜 전 대표가 김무성 카드를 거부하면서 강경파의 불만은 최고조에 이르렀고 온건파와 강경파의 간극은 더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폐기된 것으로 여겨졌던 친박 포용 불씨가 '최경환 카드'로 되살아 나면서 친이계 내부의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다.

친이계 강경파로는 이재오계와 '함께 내일로' 등의 조직이 있다. 대표적 인사는 공성진 최고위원과 심재철 김용태 권택기 진수희 의원 등이다.

온건파는 이상득계와 '안국포럼'을 중심으로 한 이명박 대통령 직계들이다. 이상득 의원과 임태희 장제원 이춘식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친이계 내부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중도파는 아직 확실한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부동표에는 정몽준계와 강재섭계,일부 의원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의 표는 선거 막판 분위기에 따라 급격히 한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

안상수 의원이 들고 나왔던 '보이지 않는 손' 발언도 큰 변수다. 부동표에 속한 의원들은 청와대와 이상득 의원의 의중에 영향을 많이 받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20일로 예정된 후보자 합동토론회와 21일 경선에서의 정견 발표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친박계는 '최경환 카드' 등장 이후 신속히 단일대오를 형성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최경환 카드'에 대해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에 반대했던 친박 의원들까지 황우여 의원에게 쏠리는 형국이다. 또한 안상수 · 정의화 양강 구도로 가던 선거판세가 '최경환 카드'의 등장으로 백중세로 진행되면서 선거에 관심이 없었던 범친박계 의원들까지 선거에 적극 가담할 태세라는 후문이다.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최경환 카드'를 용인한 배경에는 중립 원내대표에 대한 선호가 깔려있다"면서 "친박의원들의 표 쏠림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