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교체설이 나돌던 연초 기획재정부 공무원들 사이에선 이런 얘기가 돌았다. "강 장관의 바통을 이어받을 사람은 역대 장관 중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될 것이다"라고.바통을 이어받은 윤증현 장관 스스로도 취임 당시 자신이 처했던 상황을 '엘리베이터 어낼리시스(Elevator Analysis)'라고 표현했다. 경제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 이미 상황은 더 악화돼 있어 전망을 수정하기 바쁜 것에 빗댄 표현이다.


◆지표상 좋아졌지만 낙관은 금물

각종 경기지표의 급락세는 멈추기 시작했지만 결코 낙관할 형편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은 "일부 거시지표가 회복되고 있지만 수출 투자 고용 소비 등 실물 경제는 여전히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윤 장관도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19일 재정부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야박하게 들리겠지만 국민이 보기에 우리는 지표 급락을 겨우 진정시켰을 뿐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며 "그렇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셈"이라고 취임 100일을 자평했다. 그러면서 "지금이야말로 다시 신발끈을 조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재정의 누수 방지가 관건

이만우 고려대 교수는 "추가경정예산 집행과정에서 누수가 없도록 철저히 관리감독하는 것이 당장 정부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며 "이런 차원에서 현재 논의만 이뤄지고 있는 복지전달체계를 조속히 마무리짓고 시행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또 재정 조기집행이 유동성 과잉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의 선제적 대응을 당부했다.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시중 유동성이 실물이 아닌 자산시장으로 흘러갈 경우 재정의 약발이 먹혀들지 않는 국면이 올 수 있다"며 "침체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긴축을 논하긴 이르지만 자산시장의 거품을 제거하는 출구전략을 미리 준비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속도 내야

기업 구조조정에 최대 역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2기 경제팀의 위기 관리 능력은 긍정적이지만 위기 탈출의 핵심인 구조조정을 통한 경제의 기초체력 강화에 대한 비전과 리더십이 부족했다"며 "무엇보다 지연되고 있는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과 금융 부문의 구조조정뿐 아니라 기업의 선진화를 가로막는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개혁에도 정부가 과감히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이 같은 필요성에 동의한다. 재정부 관계자는 "앞으로는 기업 구조조정 완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라며 "여기에 2기 경제팀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종태/박신영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