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100여개 선원에서 2200여명의 스님들이 안거 중인 19일,경북 봉화 축서사 선원장 무여 스님(無如 · 68)이 서울로 왔다. 안거 중에 선원장이 산문을 나서기는 어렵고도 드문 일.

무여 스님은 자신의 법문을 제자인 오시환씨가 정리해 엮은 참선수행 안내서 《쉬고,쉬고 또 쉬고》(새로운사람들 펴냄) 출간을 계기로 화두선(간화선)을 조금이라도 더 일반에 알리기 위해 상경했다고 밝혔다.

"평생 나를 내세우거나 내 자랑이라고는 해본 적도 없고,책도 한 권 쓴 일이 없는 내가 안거 중에 산문을 나선 것은 순전히 화두선 때문입니다. 화두선은 지금까지 인류가 개발한 최고의 정신문화입니다. 인류가 이 화두선을 하루 한 시간씩만 한다면 전쟁과 테러는 사라지고 모두가 평화롭고 행복하게 사는 세상이 올 겁니다. "

무여 스님은 이 책에서 마음을 닦아야 하는 이유와 방법,화두의 의미와 화두공부법,붓다의 호흡법 수행을 활용하는 법과 화두 공부가 잘 되지 않거나 장애물이 생겼을 때 극복하는 방법,참선수행의 부수적 효과 등을 상세히 설명한다. 선 수행 과정에서 가질 만한 의문을 두루 짚어주는 것이 특징이자 장점이다.

가령 호흡법 수행을 할 경우 하나부터 열까지 수를 세는 동안 최소 한 차례는 집중이 된다면 바로 화두참선을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또 직장이나 가정에서 번잡스러운 생각이 많아 머리가 무겁고 짜증이 날 때에도 10~30분만 호흡법 수행을 하면 평화로운 마음으로 전환된다고 스님은 설명한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불행하다고 느끼는 순간,괴롭다고 느끼는 순간,화가 고개를 쳐드는 순간,그 순간마다 우리는 마음 속의 고요를 찾아야 합니다. 고요를 찾아내기만 하면 '못살겠다. 죽을 것만 같다'며 절박했던 사람들도 얼굴이 절로 펴지고,맑고 밝은 미소를 짓게 됩니다. 더 깊은 경계에 들어가면 자연스레 행복을 노래하며 덩실덩실 춤을 출 것입니다. "

무여 스님은 그래서 참선에 대해 어렵다는 부담감을 갖지 말고 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시작하라고 말한다. 중 · 고생 시절 수학여행을 앞두고 그랬던 것처럼 내 마음을 찾아 떠나는 여행인 참선수행도 설레는 기분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그는 "한국 불교에서 선은 지나치게 깨달음만 강조하다보니 수행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나 선의 효능과 효과를 지나치게 도외시해왔다"며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는 참선법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축서사 선원에서 무여 스님의 참선지도는 엄하다. 하루 10시간씩 석 달 간 안거를 하는 다른 선원들과 달리 축서사 선원에선 하루 15시간씩 5개월 동안 안거를 한다.

이에 대해 무여 스님은 "요즘 출가자들은 세속의 젊은이들처럼 편하고 쉽고 잘 먹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매를 드는 것"이라며 "선방 옆에 한 번 들어가면 반년 내지 1년 동안 나오지 못하는 무문관(無門關)도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