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시스템 바로잡을 강력한 정부ㆍ강력한 시장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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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역내수출 증가 불구
中힘만으론 경기회복 힘들어
OECD - 아시아는 커플링
中힘만으론 경기회복 힘들어
OECD - 아시아는 커플링
19일 열린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의 두 번째 세션에서는 각국의 경기 부양 정책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는지 등을 둘러싸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수출의존적인 한국의 경제 구조 개선 필요성도 화제가 됐다. 중국 경제와 세계 경제의 관계와 유로화가 달러화를 대신해 세계의 기축통화로 올라설 수 있는지도 관심거리였다.
◆경기부양발 인플레이션 우려
토론 진행을 맡은 마누 바스카란 센테니얼그룹 이사는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인플레를 유발할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 바스카란 이사는 "정부가 자금을 투입하면 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 비용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은 적다"며 "저비용 자본이 대규모로 지원되면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경기 부양으로 통화량이 늘었다고 하지만 미국 은행들이 정부에서 받는 돈을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다시 입금하고 있다"며 "따라서 FRB는 민간 은행들이 대출하기 꺼리는 돈을 빌려온 것과 다름없다"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크레디트 라인(신용공여)을 줄이면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조연설을 한 노버트 월터 도이치뱅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유럽 중앙은행(ECB)이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지만 신용승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아 시중에 유동성이 늘지 않고 있다"며 크루그먼 교수 의견에 적극 동조했다.
하지만 이들과 함께 토론에 나선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경기 회복이 늦어진다고 가정해야만 인플레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있다"며 다른 의견을 피력했다. 채 원장은 선진국들의 경기부양책으로 아시아의 신흥국가에 투자하는 돈이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했다.
선진국들이 국채를 발행하면 투자자들이 선진국의 국채만 사고 신흥국가들의 주식과 채권을 외면하는 이른바 재정정책의 '구축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월터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2년6개월 동안 현실적으로 일어날 확률은 높지 않다"며 "오히려 국채를 발행한 비용을 새로운 세대에 전가하는 게 더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아시아와 세계경제의 관계
아시아 국가의 성장과 세계 경제 회복의 연관성도 이날 토론의 화두로 등장했다. 제임스 맥코맥 피치 아시아국가신용등급 담당 이사는 "아시아 국가들은 2000년 이후 미국이나 유럽 외에 아시아 지역 내 수출을 늘리고 있다"며 "이러한 사실을 두고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과 유럽의 회복 없이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아시아 국가의 경제성장률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양자간의 관계는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아니라 커플링(동조화)으로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맥코맥 이사는 아시아 국가의 성장과 중국 국내총생산(GDP) 간의 상관관계는 낮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지난해 6%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0%대의 성장률을 기록한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그는 "아시아 국가의 회복은 중국의 GDP보다 수출과 상관관계가 높다"며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회복을 견인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중국 수출이 세계 경제의 회복에 달려 있어 아시아 국가의 성장 여부도 결국 세계 경기 회복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 구조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도마에 올랐다. 채 원장은 "한국 경제 구조를 수출지향형에서 내수지향형으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현재 한국이 어떤 전략을 채택하는 게 바람직한지를 다른 토론자들에게 물었다.
이에 대해 크루그먼 교수는 경상수지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지 수출 중심이냐 내수 중심이냐는 핵심이 아니라고 답했다. 그는 "어떤 나라든 지속적으로 흑자로 경제를 이끌어나갈 수는 없다"며 "수출을 줄이고 수입을 늘리는 형태로 교역량을 조절하는 것보다 수지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유로화가 달러화를 대신해 기축통화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유로화의 안정성은 달러에 비견할 수 있지만 유로 채권 시장은 달러와 달리 국가 간에 분절적으로 형성되고 있다"며 "따라서 유로가 달러를 위협할 만한 위치에 있지는 않다"고 못박았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