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작가 김영갑씨(1957~2005년)의 유작전이 서울 신당동 충무아트홀에서 열리고 있다.

김씨는 1985년 제주도에 정착해 2005년 루게릭병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20여년간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카메라 렌즈로 잡아내는 데 열정을 바쳐온 작가다.

오는 7월19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지평선 너머의 꿈'.작고 후 서울에서 갖는 첫 번째 개인전.제주도 해발 200~500m에서 다가오는 생생한 풍경을 파노라마처럼 찍은 사진 미발표작 40여점이 걸렸다. 김씨의 작품은 정형화된 회화적 구도가 아니라 과감하게 화면 중간을 가로 지르는 수평구도가 특징이다. 제주의 광활한 지평선을 가장 아름답게 담아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 자주 활용했다고 한다

새벽녘 오롯이 들판에 서있는 나무,시시각각 황홀하게 피어오르는 구름,원시적 건강함으로 속살을 드러낸 오름,일순간 지평선을 덮어버리는 안개,사나운 바람에도 눕지 않고 춤추는 억새 등은 가로와 세로를 약 3 대 1의 수평구도로 찍어 '정중동'의 미학을 잘 살려냈다는 평가다. 김씨 작품에서 여백의 의미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논리적 설명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라,공기가 흐르는 호흡의 공간처럼 보인다. 자연을 구성하는 사소한 요소들이 나름의 생존 의미를 부여받고,아름다워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오성희씨는 "김씨의 카메라 앵글을 통해 바라 본 세상은 고스란히 남아 우리들의 마음에 아로 새겨진다"며 "하늘과 땅 사이에서 존재하면서 만(萬)가지 임무 수행으로 분주한 우리의 일상에 잃어버린 지평선에 너머의 꿈을 찾아 주는 의미 있는 전시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람료 2000원.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