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취임 100일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과잉 유동성이 늘고 있지만 통화가 제대로 돌지 않아 전체적으로 단기 부동자금이 많지 않다"며 "정책기조를 바꿀 타이밍이 절대 아니며 아마도 올해는 유동성을 회수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올 들어 단기유동성이 60조원 이상 늘어나는 등 M1(협의의 통화)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전체 유동성 상황을 보여주는 M2(총통화)는 늘지 않고 있으며 통화 유통속도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며 "자산 가격이 일시적으로 오르는 것을 경기 회복으로 잘못 알고 긴축정책을 펼 경우 과거 일본이 1990년대 초 판단 착오로 장기불황에 빠진 것처럼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우를 범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윤 장관은 이어 "시중 자금이 자산시장이 아닌 실물 부문으로 흘러들어가 민간 투자 활성화로 연결되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는 민간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나름의 대안을 찾고 있으며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방안을 찾아 내놓겠다"고 말했다.

그는 "돈이 실물로 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노동시장의 경직성 때문"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들도 국내 투자의 최대 걸림돌로 노동문제를 꼽고 있는 만큼 정부는 올 하반기 기업 구조조정과 함께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정책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근로자의 권익은 보장돼야 하지만 수단과 절차가 중요하다"며 "최근처럼 폭력이나 불법적인 수단은 정말 차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재정 여건은 대단히 열악해 현재로선 추가 감세할 여지가 없다"며 "그동안 진행해온 상속세와 증여세 완화 등 감세정책은 계속 추진하겠지만 내년에는 추가 감세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서비스업 선진화에 대해선 "절대 포기하거나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발표한 스케줄대로 밀고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태명/박신영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