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경제팀의 팀장 격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취임 100일을 즈음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기부양 기조를 재확인했다.

부동자금이 800조원을 돌파하면서 증권시장과 부동산시장에서 일부 교란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실물부문에서 경기가 회복되는 신호가 분명하지 않은 만큼 2기 경제팀은 앞으로도 당분간은 확장적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윤 장관은 이날 기업과 금융부문에 대한 구조조정 의지를 강하게 밝혀 주목된다.

◇ "올해 유동성 회수 없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윤증현 장관은 최근 불거진 과잉유동성 논란과 이로 인한 긴축 기조로의 전환 가능성에 대해 여러가지 논리를 동원해 가며 부인했다.

우선 윤 장관은 올해 들어 60조원 이상 불어 4월 기준으로 800조원을 넘어선 단기 유동성에 대해 '과잉'이 아니라고 규정했다.

전체 유동성 상황을 보여주는 총통화(M2)가 늘지 않고 있으며 통화유통속도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즉 돈은 많이 풀려 있지만 신용 경색 상황이 유지되면서 돈이 돌고 있지 않으니 유동성이 많아도 '과잉'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의 확장적 정책 기조도 바꿀 타이밍이 절대 아니라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아마도 올해는 유동성을 회수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1930년대 대공황 때나 일본의 사례를 들며 성급한 금리 인상은 장기불황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올해 4분기나 내년초를 경기회복 시점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회복 신호가 충분히 감지될 때까지 긴축 정책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단기 부동자금이 실물부분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미시대응책에 대해선 나름의 대안을 찾고 있는 만큼 시간을 좀 더 달라고 당부했다.

◇ "경기 여전히 하강중"
윤 장관의 이런 정책 판단은 경기가 여전히 바닥을 다지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부터 시작된다.

실물부분에서 개선 신호가 분명하지 않으니 성급하게 샴페인을 터뜨리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다.

윤 장관은 세계경제의 경우 이제 자유낙하가 끝났다고 본다.

우리 경제는 하강속도가 완화됐지만 하강이라는 흐름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민간 부분의 자생적 회복력이 충분하지 않고 대외 여건도 마음을 놓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는데 근거를 둔다.

윤 장관은 이날 재정부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야박하게 들리겠지만 국민이 보기에 우리는 지표의 급락을 겨우 진정시켰을 뿐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며 "그렇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셈"이라고 취임 100일을 자평했다.

정책이 지표 진정을 넘어 일자리와 사회안전망 확충과 소비로 나타나도록 해서 축적된 부가 국민에게 흘러가도록 하려면 갈 길이 멀다는 설명이다.

이런 관점에서 윤 장관은 지금이야말로 다시 신발끈을 조이고 호흡을 길게 가져가야 할 때라는 입장이다.

◇ "구조조정 빈틈없이 추진"
다만 구조조정을 언급하는 윤 장관의 뉘앙스에는 다소 변화가 감지된다.

경기 판단이 서서히 달라지면서 점차 구조조정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

윤 장관은 이제는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세계무대에 다시 등장할지를 공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금융기관과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한 치의 빈틈 없이 정밀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기 상황에서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의 회복시기와 속도가 달라진다는 입장이다.

이런 표현은 구조조정은 채권단 주도로 하는 것이 옳다는 원칙론을 제시하는 데 불과했던 기존 입장에 비해 한발짝 앞서 나간 것으로 평가된다.

외환시장에 대해선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윤 장관은 "환율이 안정 국면으로 가기 위한 중간 지점 정도에 이른 것 같다"며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상당히 안정권으로 진입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환율 변동폭이 점차 줄어들고 원.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윤 장관은 또 추가 감세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책의 연속성 관점에서 기존에 추진되거나 발표된 감세정책은 마무리하겠지만 재정여건이 좋지 않은 만큼 재정을 과도하게 확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