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뉴스] 마세라티 타고 시속 260㎞로 달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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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짬을 내 혼자서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S 모델을 시승했습니다. 마세라티가 작년 12월 국내에 출시한 차량인데,가격은 2억4000만원입니다.
그란투리스모S는 상반된 표정을 동시에 갖고 있었습니다. 스피드 위주의 스포츠카이면서도,고급 세단을 지향하고 있지요.
무엇보다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달리기 성능에만 초점을 맞춘 포르쉐 등과 차이가 있더군요.(포르쉐는 '경주차' 냄새를 폴폴 풍기는 점이 더 매력적입니다만. 또 파나메라 등 최신 모델은 역시 고급 세단과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란투리스모S엔 메르세데스벤츠의 고급 모델처럼 기어박스가 없습니다. 기어 스틱이 있을 자리에 숫자 1과 R버튼이 놓여 있지요. 1은 전진,R는 후진을 뜻합니다.
변속은 운전대 뒤 수동변속 조작막대(패들시프트)로 합니다. 기본적으로 수동변속 위주의 모델입니다. 자동 운전도 가능하긴 하지만요.
패들시프트가 운전대와 따로 움직이는 점은 커다란 장점으로 꼽을 만합니다.
일반적으로 패들시프트를 장착한 차량들이 운전대와 패들시프트가 같이 움직이는 구조입니다. 운전대에 조작막대를 붙이기 때문입니다. 운전대를 90~180도 회전시킨 상황에서 수동조작이 어렵습니다.
운전석과 동승석이 경주차에 사용되는 버킷시트 형태였는데,몸에 달라붙는 느낌이 싫지 않았습니다. 차량 뒤쪽이 낮은 쿠페 스타일인데도 뒷좌석이 좁지 않은 게 인상적이었지요.
4인승 2도어 모델이어서 뒷좌석으로 들어가고 나올 때 좀 힘들었지만,키가 175cm 정도의 성인이라면 중장거리 뒷좌석 여행도 크게 나쁘지 않을 듯 싶었습니다. 이런 점도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다'는 의미의 그란투리스모(영어로는 grand tourer) 이름에 어울렸지요.
엔진 룸을 열어봤습니다. 이 차는 엔진이 앞(후드)에,변속기가 차체의 뒤쪽에 놓인 형태입니다.변속기가 뒤에 있다보니 기어를 변속해 뒷바퀴에 전달하는 속도가 빠릅니다. 후륜구동형 모델이기 때문이지요.
엔진과 변속장치가 앞뒤로 적절하게 배분된 덕분에 앞뒤 무게 중심이 잘 잡혔습니다. 앞쪽과 뒤쪽 무게가 각각 47대 53으로 배분돼 있습니다.
엔진은 후드에서도 정중앙,그리고 뒤쪽(운전대 쪽)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일명 '프론트 미드십' 방식입니다. 좌우 어느 한 쪽으로 쏠리지 않은데다 무게중심이 차량 중앙을 향하고 있어 주행 안정성이 높습니다.
그란투리스모S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수동 모드 상태에서 '스포츠'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그럼 차체가 약간 낮아지면서 고속주행 준비를 하지요.
시동을 걸기 위해선 키를 꽂아야 했습니다. 요즘 나오는 웬만한 신차들이 버튼시동 스마트키를 도입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일종의 아날로그식 고집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포르쉐의 경우 키 꽂는 위치가 운전대 왼쪽에 있는데,이 차는 일반 차량과 같이 오른쪽에 있더군요.
수동 및 스포츠 모드로 출발하니,배기음이 상당히 컸습니다. 한밤 중에 주택가 근처에서 이 차를 몰면,적지 않은 소음 피해를 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창문을 열고 배기음을 가만히 들으니,사람을 흥분시키는 묘한 자극을 줬습니다. F1(포뮬러원) 경주차들이 내는 것과 같은 소리였지요.
출발할 때는 덜컹거리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최고출력 440마력의 4700cc 엔진을 달고 출발선상에 섰으니,거친 숨소리를 내쉬고 있다는 표현이 더 맞겠지요.
중고속 주행을 해보니,계기판에 RPM(분당 엔진 회전수) 표시기가 2개 설치된 게 이해가 됐습니다.
RPM 표시기는 계기판 중앙(운전대 바로 앞쪽)에 1개,그리고 오른쪽에 1개가 각각 있는데요,RPM 상태를 색깔로 표현한 중앙 표시기를 보는 게 훨씬 편하더군요. 중앙 표시기는 평소 주행거리,연비 등 차량 상태를 알려주는 트립 컴퓨터를 겸하고 있지요.
가속 페달을 꾹 밟았습니다. 시속 200km를 넘어 속도계가 260km를 가리켰습니다. 차체 흔들림이 커지지 않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과거 폭스바겐의 투아렉 V10 5.0 TDI를 타고 시속 220㎞(제한속도)를 냈을 때 "어떻게 이런 안정감을 줄 수 있을까" 생각했었는데,역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는 비교가 되지 않더군요.
그란투리스모S의 계기판 최고속도는 320㎞/h인데 사실 295㎞가 한계라고 합니다. 한계까지 시험해보지 못한 점이 좀 아쉬웠지만,트랙이 아니었기 때문에 여기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상당수 차량들이 최고속도를 210㎞ 안팎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개인적으로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크라이슬러 300C 시그니처는 계기판 최고속도가 260㎞/h인데,실제로는 190㎞이더군요.)
더욱 감탄한 점은 코너링입니다. 고속에서도 땅에 붙은 듯 안정감있게 돌았습니다.
제동장치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속도를 낼 수 없습니다. 그란투리스모S는 제동거리가 무척 짧더군요. 브렘보 브레이크를 장착한 덕분입니다. 브렘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동장치 브랜드인데,슈퍼카들이 하나같이 탑재하고 있지요. 제네시스 쿠페도 달았습니다만.
다만 그란투리스모S의 아쉬운 점도 몇 가지 눈에 띄었습니다.
공인 연비는 ℓ당 5.6㎞인데,스포츠 모드로만 주행했더니 ℓ당 3.5㎞로 낮아졌습니다. 고속 주행 때 풍절음도 생각보다 컸습니다.
또 한 가지 단점은 내비게이션입니다. 낮에 화면을 똑똑히 보기 어려울 정도로 시인성이 떨어지더군요.
방향지시등과 와이퍼 조작막대가 운전대에서 너무 뒤쪽에 위치해 있어,한 손으로 조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중간에 패들시프트가 끼어었어 그렇게 설치한 것 같습니다.
6단 변속 모델인데,7단이 아닌 게 아쉬웠습니다. 수입사 측은 조만간 국내 소비자들을 위해 자동변속기를 기본으로 한 같은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대략적인 시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스포츠 모드를 끄고 자동변속으로 바꿨습니다. 그란투리스모S는 언제 그랬냐는 듯 '순한 양'으로 변신했습니다. 폭발할 듯했던 배기음도 잦아들었고,정통 세단을 타는 듯한 안락한 주행감을 선사했지요. 그란투리스모S는 완벽하게 다른 두 얼굴을 가진 차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 조재길 기자의 '자동차 세상' 블로그 바로가기
그란투리스모S는 상반된 표정을 동시에 갖고 있었습니다. 스피드 위주의 스포츠카이면서도,고급 세단을 지향하고 있지요.
무엇보다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달리기 성능에만 초점을 맞춘 포르쉐 등과 차이가 있더군요.(포르쉐는 '경주차' 냄새를 폴폴 풍기는 점이 더 매력적입니다만. 또 파나메라 등 최신 모델은 역시 고급 세단과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란투리스모S엔 메르세데스벤츠의 고급 모델처럼 기어박스가 없습니다. 기어 스틱이 있을 자리에 숫자 1과 R버튼이 놓여 있지요. 1은 전진,R는 후진을 뜻합니다.
변속은 운전대 뒤 수동변속 조작막대(패들시프트)로 합니다. 기본적으로 수동변속 위주의 모델입니다. 자동 운전도 가능하긴 하지만요.
패들시프트가 운전대와 따로 움직이는 점은 커다란 장점으로 꼽을 만합니다.
일반적으로 패들시프트를 장착한 차량들이 운전대와 패들시프트가 같이 움직이는 구조입니다. 운전대에 조작막대를 붙이기 때문입니다. 운전대를 90~180도 회전시킨 상황에서 수동조작이 어렵습니다.
운전석과 동승석이 경주차에 사용되는 버킷시트 형태였는데,몸에 달라붙는 느낌이 싫지 않았습니다. 차량 뒤쪽이 낮은 쿠페 스타일인데도 뒷좌석이 좁지 않은 게 인상적이었지요.
4인승 2도어 모델이어서 뒷좌석으로 들어가고 나올 때 좀 힘들었지만,키가 175cm 정도의 성인이라면 중장거리 뒷좌석 여행도 크게 나쁘지 않을 듯 싶었습니다. 이런 점도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다'는 의미의 그란투리스모(영어로는 grand tourer) 이름에 어울렸지요.
엔진 룸을 열어봤습니다. 이 차는 엔진이 앞(후드)에,변속기가 차체의 뒤쪽에 놓인 형태입니다.변속기가 뒤에 있다보니 기어를 변속해 뒷바퀴에 전달하는 속도가 빠릅니다. 후륜구동형 모델이기 때문이지요.
엔진과 변속장치가 앞뒤로 적절하게 배분된 덕분에 앞뒤 무게 중심이 잘 잡혔습니다. 앞쪽과 뒤쪽 무게가 각각 47대 53으로 배분돼 있습니다.
엔진은 후드에서도 정중앙,그리고 뒤쪽(운전대 쪽)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일명 '프론트 미드십' 방식입니다. 좌우 어느 한 쪽으로 쏠리지 않은데다 무게중심이 차량 중앙을 향하고 있어 주행 안정성이 높습니다.
그란투리스모S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수동 모드 상태에서 '스포츠'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그럼 차체가 약간 낮아지면서 고속주행 준비를 하지요.
시동을 걸기 위해선 키를 꽂아야 했습니다. 요즘 나오는 웬만한 신차들이 버튼시동 스마트키를 도입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일종의 아날로그식 고집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포르쉐의 경우 키 꽂는 위치가 운전대 왼쪽에 있는데,이 차는 일반 차량과 같이 오른쪽에 있더군요.
수동 및 스포츠 모드로 출발하니,배기음이 상당히 컸습니다. 한밤 중에 주택가 근처에서 이 차를 몰면,적지 않은 소음 피해를 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창문을 열고 배기음을 가만히 들으니,사람을 흥분시키는 묘한 자극을 줬습니다. F1(포뮬러원) 경주차들이 내는 것과 같은 소리였지요.
출발할 때는 덜컹거리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최고출력 440마력의 4700cc 엔진을 달고 출발선상에 섰으니,거친 숨소리를 내쉬고 있다는 표현이 더 맞겠지요.
중고속 주행을 해보니,계기판에 RPM(분당 엔진 회전수) 표시기가 2개 설치된 게 이해가 됐습니다.
RPM 표시기는 계기판 중앙(운전대 바로 앞쪽)에 1개,그리고 오른쪽에 1개가 각각 있는데요,RPM 상태를 색깔로 표현한 중앙 표시기를 보는 게 훨씬 편하더군요. 중앙 표시기는 평소 주행거리,연비 등 차량 상태를 알려주는 트립 컴퓨터를 겸하고 있지요.
가속 페달을 꾹 밟았습니다. 시속 200km를 넘어 속도계가 260km를 가리켰습니다. 차체 흔들림이 커지지 않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과거 폭스바겐의 투아렉 V10 5.0 TDI를 타고 시속 220㎞(제한속도)를 냈을 때 "어떻게 이런 안정감을 줄 수 있을까" 생각했었는데,역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는 비교가 되지 않더군요.
그란투리스모S의 계기판 최고속도는 320㎞/h인데 사실 295㎞가 한계라고 합니다. 한계까지 시험해보지 못한 점이 좀 아쉬웠지만,트랙이 아니었기 때문에 여기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상당수 차량들이 최고속도를 210㎞ 안팎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개인적으로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크라이슬러 300C 시그니처는 계기판 최고속도가 260㎞/h인데,실제로는 190㎞이더군요.)
더욱 감탄한 점은 코너링입니다. 고속에서도 땅에 붙은 듯 안정감있게 돌았습니다.
제동장치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속도를 낼 수 없습니다. 그란투리스모S는 제동거리가 무척 짧더군요. 브렘보 브레이크를 장착한 덕분입니다. 브렘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동장치 브랜드인데,슈퍼카들이 하나같이 탑재하고 있지요. 제네시스 쿠페도 달았습니다만.
다만 그란투리스모S의 아쉬운 점도 몇 가지 눈에 띄었습니다.
공인 연비는 ℓ당 5.6㎞인데,스포츠 모드로만 주행했더니 ℓ당 3.5㎞로 낮아졌습니다. 고속 주행 때 풍절음도 생각보다 컸습니다.
또 한 가지 단점은 내비게이션입니다. 낮에 화면을 똑똑히 보기 어려울 정도로 시인성이 떨어지더군요.
방향지시등과 와이퍼 조작막대가 운전대에서 너무 뒤쪽에 위치해 있어,한 손으로 조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중간에 패들시프트가 끼어었어 그렇게 설치한 것 같습니다.
6단 변속 모델인데,7단이 아닌 게 아쉬웠습니다. 수입사 측은 조만간 국내 소비자들을 위해 자동변속기를 기본으로 한 같은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대략적인 시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스포츠 모드를 끄고 자동변속으로 바꿨습니다. 그란투리스모S는 언제 그랬냐는 듯 '순한 양'으로 변신했습니다. 폭발할 듯했던 배기음도 잦아들었고,정통 세단을 타는 듯한 안락한 주행감을 선사했지요. 그란투리스모S는 완벽하게 다른 두 얼굴을 가진 차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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