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원 삼천리 사장(57)은 대학을 졸업한 이후 20여년간 연구원,경제학자로 활동하다 47세에 경영 일선에 뛰어든 '늦깎이' 경영자로 유명하다.

경제학자에서 경영자로 변신한 이후 현대자동차 사장,위아 부회장 등을 거쳐 삼천리 사장에 이르기까지 산학(産學)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그가 '경제학자 CEO,현장에서 경영을 말하다'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경영 현장에서 겪었던 경험과 고민들을 해결하는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을 경제학자의 시각으로 풀어낸 통찰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사장은 이 책을 통해 "권위주의적 CEO는 외로운 산장에 있는 노인"이라며 "이제는 상사가 부하의 마음을 읽기 위해 노력하는 시대"라고 역설한다. 정 사장의 리더십이 색깔을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는 지금도 직원들에게 전화번호와 이메일을 공개해 수시로 고충을 털어놓으라고 주문하곤 한다.

"환 · 헤지 계약은 장기로 하지 마라","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최악의 상황에도 연구직은 내보내지 마라" 등 경영자로서 활동하면서 체득한 생생한 노하우도 흥미롭다.

올해 2월부터 국내 최대 도시가스 기업인 삼천리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임하고 있는 정 사장은 1975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대학에서 경제학 석 ·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경제연구본부장과 부사장을 역임할 때까지 경제학자의 길을 걸었다.

그가 경영자로 변신한 것은 1999년 12월.당시 정몽구 회장의 요청으로 현대자동차 기획총괄본부장(부사장)을 맡았다. 이후 현대자동차가 현대그룹에서 분리되고 기아자동차를 인수하며 현대 · 기아차 그룹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