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21일 식물인간 상태로 진단받은 환자의 존엄사를 허용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존엄사의 인정 범위를 식물인간 상태에서 연명치료 효과가 없을 것으로 여겨지는 환자에 한정한 만큼 안락사 등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반적으로 존엄사와 안락사는 혼동돼서 쓰인다. 하지만 두 단어는 의학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존엄사는 말 그대로 품위 있는 죽음을 말한다. 최선의 의학적인 치료를 다했음에도 죽음이 임박했을 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함으로써 질병에 의해 자연스럽게 죽음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는 의학적 치료가 더 이상 생명을 연장할 수 없기 때문에 치료 중단으로 생명이 더 단축되지는 않는다.

이에 비해 안락사란 질병에 의한 자연적인 죽음보다 훨씬 이전에 생명을 마감시킨다. 죽음의 원인도 질병이 아니라 인위적인 행위에 의한 것을 의미한다. 이 중에서도 '적극적 안락사'는 환자의 요청에 따라 약제 등을 투입해 인위적으로 죽음을 앞당기는 행위를 뜻한다.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영양 공급,약물 투여 등을 중단함으로써 환자를 간접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는 '소극적 안락사'로 분류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의 경우 식물인간 상태에서 인공호흡기 제거가 가능토록 한 만큼 넓은 의미에서 '소극적 안락사'로 볼 수도 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뇌사'와 '식물인간' 상태에 대해서도 구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의학적으로 '뇌사'란 뇌의 활동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정지된 상태를 말한다. 생명을 주관하는 뇌간(숨골)의 기능이 정지되고 이로 인해 모든 반사작용과 호흡활동이 없을 때 뇌사로 진단한다. 식물인간 상태는 심장과 폐 기능이 작동을 멈춰 심한 저산소성 뇌손상을 받은 환자들이 깊은 혼수상태에 빠져 지속적으로 생존하는 경우를 말한다.

식물인간은 뇌 중에서 대뇌의 전반적인 손상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에서 뇌사와 다르다. 반면 뇌사는 대뇌를 포함한 뇌간이 손상을 받아서 발생한다. 따라서 식물인간 상태에 놓인 환자는 호흡중추가 뇌간에 있기 때문에 인공호흡기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지 여부가 식물인간인지를 결정하는 잣대는 아니라는 게 대다수 의료인의 분석이다.

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