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설치작가 심영철씨(53 · 수원대 교수)는 미술계에서 '테크놀로지 아티스트'로 통한다. 성신여대 조소과,미국 UCLA대학원을 나온 심씨는 1990년대부터 버섯의 이미지를 차용해 3차원 영상을 비롯해 홀로그램,터치 스크린,전자 음향,유리 등을 동원한 설치작업 '전자 정원'시리즈 등을 발표해왔다.

서울 화단에서는 다소 생소한 최첨단 과학기술과 미술의 융합을 시도하기 시작했지만 처음엔 그를 주목하는 관람객은 소수에 불과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미술과 과학의 결합을 기반으로 하되 형태심리학,현상학,그리고 신경과학분야까지 끌어들인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황당한 발상이긴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국내 화단에서 눈여겨 보기 시작했다. 2007년에는 중견 여성 미술가들에게 주는 석주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테크놀로지 아트'에 대한 자신감도 붙었다. 미술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심씨는 세계의 변방 코리아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세계가 주목하는 작가로 발돋움하고 있다.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31일까지 계속되는 그의 개인전 주제는 '빛의 일루전'.2002년부터 5년간 다양한 실험을 통해 '빛의 울림'을 형상화한 작품 100여점이 걸렸다. 마노를 비롯해 크리스털,옥,옥 가루, 자수정 등 보석을 소재로 첨단 조명기술을 접목한 이색적인 작품들이다.

심씨는 "새롭지 않으면 곧 죽을 수밖에 없는 게 예술세계인 것 같다"며 예술론을 피력했다. (02)734-04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