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 만져볼 기회는 더더욱 드물다. 하지만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테마동물원 쥬쥬'에선 동물에게 다가가 쓰다듬고 안아보는 이색 체험을 할 수 있다. 손가락만한 도마뱀부터 사자처럼 큰 동물까지 230여종 2300여마리가 있는 이 동물원에서는 동물과 관람객 사이를 가르는 철조망이 많지 않다. 손을 뻗으면 동물의 온기가 느껴지고,손에 먹이를 쥐고 있으면 동물들이 먼저 다가온다. 최실경 원장은 "바라보는 동물원이 아닌 교감하는 동물원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쥬쥬의 동물들은 붙임성이 좋아 사람들에게 선뜻 다가선다. 가장 인기있는 동물 중 하나인 암컷 오랑우탄 '오랑이'.동물원의 인기 스타답게 백설공주 복장으로 동물원을 누빈다. 킥보드나 엑스보드를 타고 관람객 사이를 쏜살같이 달려나간다. 아이들이 가까이 가면 악수와 인사는 기본이고,다정하게 어깨동무도 할 줄 알며 입술을 앞으로 내밀어 볼에 뽀뽀도 해주는 '팬서비스 정신'을 발휘한다. 원숭이들도 이에 질세라 애교가 넘친다. 체험시간에 맞춰 가면 원숭이들이 관람객 몸에 찰싹 달라붙어 사진 촬영을 위한 포즈를 취해준다. 이들에 비해 붙임성은 상당히 떨어지지만 역시 귀여운 사자 호랑이 곰 등 어린 맹수를 쓰다듬고 함께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앵무새마을에 들어서면 하늘색 분홍색 연두색 흰색을 띤 작은 사랑새들이 색종이처럼 가볍게 날아다닌다. 사육사가 나눠주는 모이를 손에 올려놓고 있으면 사랑새 여러 마리가 날렵하게 날아들어 손바닥과 손목 위를 금세 메운다. 작은 발톱으로 손가락을 살짝 옭아매고 자리를 잡은 뒤 앙증맞은 부리를 움직이며 모이를 먹는 귀여운 사랑새를 가까이서 구경하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사랑새들은 눈치가 보통이 아니어서 손바닥 위 모이가 거의 떨어지면 야속하게도 멀리 떠나버린다. 앵무새마을에서는 사랑새 먹이주기 체험 외에도 새장에 들어있는 형형색색의 화려한 앵무새들을 구경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앵무새가 '안녕하세요'를 연발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고.

이국적인 동물 캥거루는 야생상태에서 사람에게 가까이 오지 않는 동물이지만,이곳의 캥거루는 어릴 때부터 사람과 가깝게 지내 관람객들에게 선뜻 잘 다가온다. 캥거루사파리에 있는 캥거루 5마리 중 한 마리는 현재 새끼를 배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는 엄마 캥거루라고 하니 함께 간 자녀들에게 어떤 캥거루가 엄마 캥거루인지 맞혀보라고 해도 좋은 체험이 될 듯하다. 아기동물사파리에서는 염소와 비슷한 소과 동물인 자넨이 부담스러울만큼 사람에게 들이대며 먹이를 갈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넨 옆에서 긴 꼬리를 끌고 왔다갔다하는 수컷 공작새도 눈에 띈다.

쥬쥬에서 가장 '포토제닉'한 동물은 무엇일까. 의외로 뱀이다. 뱀은 식사를 해 배를 채운 후에는 길면 2~3주일 동안 또아리를 틀고 옴짝달싹하지 않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움직임이 거의 없으니 '사진발'이 좋을 수밖에.원래 파충류 특화 동물원으로 출발한 곳답게 뱀 32종이 대기하고 있는 파충류관은 쥬쥬에서 가장 인기있는 관람장소 중 하나라고 한다.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이색체험은 뱀 만져보기와 뱀과 함께 사진 찍기.파충류관 안에는 굵기가 성인 허벅지만한 비단구렁이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도 등장하는 보아뱀이 교대로 체험대에 나온다. 이들 옆에 걸터앉아 사진을 찍을 수도 있으며 뱀을 한번 만져보는 진귀한 체험도 할 수 있다. 예상과 달리 뱀은 참 부드럽고 깔끔하며,약간 시원한 느낌을 준다고 한다. 아이들은 뱀을 목걸이처럼 목에 걸고 사진을 찍기도 한다.

파충류관 담당 사육사는 "부모님들은 자녀가 뱀 외에 다른 동물과 함께 사진 찍기를 바라지만,아이들은 뱀을 좋아하고 겁먹지 않는다"며 "'가서 뱀 한번 만져봐'라고 아이들 등을 떠밀면서 부모님들은 막상 뒷걸음질친다"고 관람 풍경을 전했다. 역시 어린이는 어른보다 위대하다. 파충류관에서는 뱀 외에도 악어와 거북 등을 볼 수 있다.

동물들의 장기자랑을 보려면 시간에 맞춰 가면 된다. 원숭이들의 장기자랑은 하루에 4번,잔점박이 물범 장기자랑은 평일에 3회,주말 및 공휴일에 4회 열린다. 평일에 한 번,주말에 두 번 있는 퍼레이드에서는 구렁이와 악어부터 앵무새 오랑우탄 원숭이 사막여우 등이 한꺼번에 동물원을 행진하면서 관람객들을 만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