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은 거의 3년 만에 경기상황이 다소 나아진 것으로 진단했다.

일본은행은 22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현재의 경기상황 판단을 종전의 '큰 폭으로 악화'에서 '악화하고 있다'로 상향 수정했다. 생산과 수출의 감소세에 제동이 걸리는 등 일부 지표가 호전되는 조짐을 반영한 것이다. 일본은행이 경기판단을 다소나마 긍정적으로 변경한 것은 제로금리 정책을 해제한 2006년 7월 이후 2년10개월 만에 처음이다. 일본은행은 향후 경기전망도 '악화의 템포가 서서히 완화돼 하락세가 멈출 가능성이 높다'는 표현으로 수정했다. 일본은행은 이날 회의에서 현행 연 0.1%인 기준금리는 동결키로 했다.

일본은행은 또 시중에 자금을 대출해줄 때 금융회사들로부터 받는 적격담보 범위에 미국 국채와 함께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의 외화 채권도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외국은행 등 금융회사들의 자금조달 통로를 더 넓혀 시장에 자금을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서다.

한편 일본 정부는 4조엔(약 53조원) 규모의 민관펀드를 조성해 기업들에 대한 긴급 대출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최근 대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늘고 있는 데 반해 은행들은 여전히 대출을 기피하고 있다고 보고 이 같은 방안을 마련했다. 민관펀드의 재원은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과 민간은행들이 각각 2조엔씩을 부담한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대출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를 위해 민간은행들은 중소기업과 일부 대기업을 대상으로 신용등급과 자기자본비율 등의 기준에 따라 대출 대상을 선정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