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Seoul) 조성 사업을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추진 중인 미국 최대 보험그룹인 AIG가 이곳에 일반 제조업체나 제약사,IT(정보기술)회사 등 비금융업종도 유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는 국제금융센터에는 글로벌 금융회사의 입주가 우선이며 다른 업종을 유치하더라도 회계,컨설팅 등 금융 관련 업종으로 제한할 것이라고 밝혀 양측 간 갈등이 예상된다.

윌리엄 F.프리먼 AIG코리아부동산개발 대표는 지난 20일 여의도 굿모닝신한빌딩에서 인터뷰를 갖고 "작년 하반기 베어스턴스,리먼 브러더스 등 세계적인 투자은행이 잇따라 무너지면서 여의도 국제금융센터의 입주 마케팅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며 "일반 제조업체나 제약사,IT회사 등 다양한 업종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프리먼 대표는 "정치적 성공도 물론 중요하지만 상업적 성공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가치"라면서 "궁극적으로 (업종이 다르다 하더라도) 높은 수준의 회사를 유치하는 게 여의도 국제금융센터가 성공할 수 있는 전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상하이나 홍콩의 국제금융센터(IFC) 역시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다국적 기업들이 함께 입주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AIG 측의 계획에 대해 서울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지원을 맡은 서울시 경쟁력강화본부 관계자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터져나온 '헐값 매각'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AIG와의 계약을 끌고 온 이유가 뭐겠냐"면서 "상하이나 홍콩의 예를 들지만 사실 그곳에 입주한 세계적인 금융회사들의 면면이나 숫자를 고려할 때 우리가 동북아 금융허브의 자리를 놓고 그들과 경쟁하려면 과연 다른 업종을 유치할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AIG 측과 함께 입주 기업의 업종이나 규모 등을 감안한 기준을 마련해 내달 중 공식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여의도 국제금융센터는 2013년까지 총 사업비 1조5000억원을 들여 옛 중소기업전시장 부지에 최고 55층 규모의 오피스 3개 동,450개의 객실을 갖춘 5성급 호텔 등을 짓는 사업으로 현재 15%의 공정률을 기록하고 있다.

AIG는 이 사업을 위해 2006년 서울시와 99년 토지 장기임대차 계약을 체결했으며 계약만료 후 빌딩 소유권은 서울시로 기부채납된다. 계약에 따르면 AIG는 외자 유치를 포함한 부동산개발시행을 맡고 있다.

한편 AIG는 지난 20일 글로벌 회계 · 컨설팅 회사인 딜로이트코리아와 처음으로 장기 오피스 선임대 계약을 맺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