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양ㆍ염창역 주변 소형아파트 위주 전셋값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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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9호선 골드라인 따라가본 부동산시장
매물 귀한편…2호선 환승 당산역 시세도 상승
매물 귀한편…2호선 환승 당산역 시세도 상승
지난 21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 지하철 9호선 가양역.아직 공사의 흔적이 채 가시지 않은 이곳 지하 역사에 아침부터 200여명이 모여들었다. 9호선 운영법인인 '메트로 나인(9)'이 개통을 앞두고 열고 있는 시승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급행열차 정차역인 이곳은 급행 플랫폼과 일반 플랫폼이 양쪽으로 설치돼 한 자리에서 먼저 오는 열차를 골라 탈 수 있다. 오전 10시17분 승객을 태우고 급행 플랫폼을 출발한 열차는 염창역,당산역을 거쳐 10분 만인 10시27분에 여의도역에 도착했다. 시승행사의 마지막역인 고속터미널역까지도 불과 2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시승행사에 참가한 주부 양하나씨(32 · 가양동)는 "9호선이 개통하면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남편의 출퇴근 시간이 크게 줄어들 것 같다"며 "쇼핑이나 문화활동을 위해 지금은 주로 목동 인근 백화점을 이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고속터미널이나 강남역도 자주 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9호선 개통 이후 20분에 1대씩 운행될 급행열차는 김포공항에서 신논현역(교보타워 네거리)까지 30분이면 도착한다"며 "특히 인천공항철도와 연계할 경우 인천공항에서 강남역까지 1시간 안에 주파할 수 있게 돼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당초 이달 말로 개통이 예정됐으나 시스템 점검 등 마무리 공사작업이 늦어지면서 개통일정이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본 요금은 다른 지하철과 형평을 맞춰 일단 900원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가양,염창,당산,여의도,노량진,동작,고속터미널,신논현 등 급행열차 정차역을 중심으로 9호선 라인 부동산 시장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가양역 사거리에서 영업 중인 해뜨는부동산 관계자는 "현대홈타운 전용면적 84㎡형의 경우 현재 시세가 5억2000만~5억3000만원 정도"라며 "특히 9호선 개통을 앞두고 같은 규모의 전셋값이 1억6000만원으로 올초에 비해 2000만원가량 올랐다"고 전했다.
특히 가양역 주변에는 소형 평형 위주의 도시개발아파트(임대주택) 단지가 밀집해 있어 전세를 찾는 수요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 아파트는 특별공급 대상자에게 분양돼 법적으로 사고팔수 있는 물량도 적지 않아 관심을 끌고 있다.
실제 가양역을 이용할 수 있는 도시개발 3단지의 현재 매매가격은 49㎡형이 1억7000만원,56㎡형이 1억9000만원 선.
해뜨는부동산 관계자는 "매매뿐만 아니라 전세문의도 많이 온다"며 "대체로 강남이나 여의도로 출퇴근하기 원하는 직장인이나 신혼부부가 많다"고 설명했다.
염창역 주변도 사정이 비슷하다. 염창동 열린공인 관계자는 "염창역 주변 아파트 가운데 으뜸으로 꼽히는 '한화꿈에그린' 전용면적 84㎡형의 경우 전셋값이 지난 3월에 비해 3000만원가량 오른 2억500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지하철 9호선 개통이 가까워오면서 전세 문의는 점차 늘고 있지만 매물이 귀하다"고 설명했다.
이 아파트의 같은 평형 매매가격도 2006년 당시 고점을 거의 회복한 상태다. 올해 초 급매물이 나올 때 5억5000만원에도 거래됐지만,지금은 6억1000만~6억4000만원 선이다.
2호선을 갈아탈 수 있는 당산역 주변도 지하철 개통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지역보다 높다. 당산역 인근 래미안아파트를 주로 거래하는 김성호 래미안공인 대표는 "당산래미안 전용면적 84㎡형의 경우 6억2000만원으로 올초에 비해 3000만원 올랐다"며 "9호선 개통 후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전세는 물건이 아예 없을 정도"라며 "올 들어서만 2000만원이 뛰어 현재 2억2000만~2억3000만원 정도 한다"고 설명했다.
9호선 1단계 구간의 종착역인 신논현역 주변도 공항과의 접근성 개선에다 강남역 상권의 확장이 기대되면서 아파트 시세가 오름세를 나타냈다.
서초동 롯데캐슬클래식 전용면적 84㎡형의 가격은 현재 9억~10억원 내외로 올초에 비해 1억~2억원씩 올랐다.
실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전세가격의 변동폭은 더욱 크다. 인근 반포자이나 잠실 일대 신규 아파트의 물량이 소화되면서 2억8000만원까지 떨어졌던 전셋값이 최근에는 3억5000만원에도 매물을 잡기가 쉽지 않다.
롯데캐슬 클래식,진흥아파트 등을 주로 다루는 박영철 진흥공인 대표는 "지하철 9호선 개통을 앞두고 젊은 직장인,신혼부부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들이 주로 찾는 전용면적 84㎡ 이하 중소형에 대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이광일 신한은행 부동산전략팀 부장은 이와 관련, "지하철 개통은 분명 인근 부동산 시장의 판세를 바꿔놓을 만한 호재 중의 호재"라며 "다만 부동산 경기가 전반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데다 (지하철 개통 호재가) 이미 상당 부분 시장에 반영돼 있는 만큼 무리한 투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