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컬럼]통증,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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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의미의 ‘주치의’란 온 가족의 병력을 세심하게 파악하고 있고, 건강에 관한 어떤 종류의 고민도 털어 놓을 수 있을 정도로 신뢰감이 있는 의사일 것이다. 그런 기준으로 볼 때 엄한 듯 보이면서도 항상 속 깊은 배려로 환자를 맞는 안병철원장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로 그 주치의의 기준에 적격이다. 그가 이십여 년 간 꾸준히 관심을 갖고 연구해온 통증 치료에 대해 알아본다.
안병철원장이 대학병원에서 근무할 때 늘 아쉬웠던 것은 시간이었다. 환자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으니 한명, 한명 자세히 진료하고 이야기를 나누기엔 시간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이제 자신의 병원을 열고 난 다음에는 환자들을 여유로이 만날 수 있게 되었지만 새로운 고민이 또 생겼다. 정확한 진찰을 받지 않은 채 지레 짐작으로 ‘자가 처방’을 내리는 바람에 증상이 더욱 심각한 상태에 이른 환자들이 꽤 많이 찾아 왔기 때문이다. 특히 주부들 중에는 ‘몸이 개운치 않다’ 며 드링크제를 상자 째 사다 놓고 매일 한 병씩 마시거나 두통을 느낄 때 마다 진통제를 한 움큼씩 먹는 사람들이 상당수에 이른다고 한다.
대수롭지 않은 두통이 중풍을 부를 수도 있다.
주부들의 경우 자녀 문제로 인한 고민, 남편과 아이들이 더 이상 자신의 손을 필요로 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후 느끼는 허무함등으로 인해 심리적, 정서적 혼란을 겪으면서 두통을 느끼기도 한다. 두통은 사회가 복잡해지고 각종 스트레스가 많아지면서 누구나 경험하는 흔한 질병이지만 막상 검사를 해 보면 뚜렷한 원인이 나타나지 않을 때가 많다. 이렇게 외과적 수술이나 내과적 응급처치를 필요로 하지 않는 고질적 만성 두통도 한의학에서는 증상과 체질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별것 아니라고, 체질적으로 원래 그런 것이라고 그냥 넘어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모릅니다. 통증을 느낀다는 건 어디엔가 문제가 있다는 표시니까요. 그저 만성이려니 생각하는 편두통의 경우도 자세히 진찰해 보면 위장에 문제가 있거나 혈압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한 기질적 문제라기보다는 기능적 문제인 거죠. 이런 두통을 그대로 방치한 사람은 나이 들어 중풍에 걸릴 확률이 더욱 높답니다.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여긴다면 이렇게 사소한 증상도 허투루 넘기지 말아야죠.”
가족의 건강은 주부에게 달려 있다
경희대 한의예과를 졸업하고 경희대 침구학과 교수로 오랫동안 후학들을 가르쳐온 안 원장은 특히 ‘중풍’ 치료에 관심이 많다. 1972년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침술로 통증을 완화시키는 치료를 받아 주목을 끌면서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한의학의 침술효과가 다시 한 번 세상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때부터 국내 한의학계에서도 우리 전통 의학계에서도 우리 전통 의학에 대한 관심이 환기되면서 침구 마취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졌다. 그 무렵 한의대생이었던 안 원장 역시 자연스럽게 이 분야에 몰두하게 되었다고 한다.
“병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그저 세포 하나가 아닌 인간 전체를 보고 접근하는 한의학의 깊이에 관심이 끌렸습니다. 침이나 적절한 약재를 사용해 몸에는 무리를 주지 않으며 통증은 최소한 덜어주는 방법을 찾으려 했죠.”
안 원장은 한 가정의 건강에 주부처럼 큰 영향을 끼치는 존재는 없다고 강조한다. 주부의 건강이 행복한 가족의 기반이 되는 것은 물론, 주부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건강에 대한 가족들의 인식도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마르고 날씬한 것을 미의 기준으로 삼는 요즘 세태를 너무나 충실히 따른 나머지 몸이 허약하거나 병 치료를 위해 자녀를 데리고 와서 진찰을 하면서도 “약 먹어도 살은 절대 안 찌는 거죠?” 하며 몇 번씩 되묻는 어머니들이 많다고 한다. 겉보기만 좋고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설득을 해도 막무가내인 경우가 적지 않아 지금 10대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에 그 건강 상태가 어떨지 걱정이 된다고 한다. 부모들, 특히 주부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가정의 건강도 지킬 수 있다는 것이 안원장의 생각이다.
여성을 괴롭히는 병, 관절염
통증 치료에 대해 관심을 갖다 보니 척추, 관절 질환치료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안병철 원장은 이 분야를 전문 진료 과목으로 삼게 되었다. 그런 만큼 안원장을 찾는 환자 주에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여성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관절염은 여성이 남성보다 세배 정도 발병률이 높고 30대 후반에서 50대 사이에 이르는 동안 가장 많이 발생하는데 가장 빈번한 것은 퇴행성 관절염과 류머티스성 관절염이다.
퇴행성 관절염은 근력이 약한 비만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우리나라 60세 이상의 여성의 경우 네명에 한 명꼴로 골관절염을 앓고 있다고 한다. 초기에는 무릎이 굳어지는 느낌이 들다가 점차 체중 부하에 따른 통증이 나타나는데 앉아 있다가 일어나거나 계단을 내려갈 때 특히 심하다. 병이 진행됨에 따라 관절이 굵어지거나 근육 위축, 관절 부위에서 소리가 나는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이런 관절염은 노화와 과로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이전 상태로 되돌이킬 수는 없지만 침을 놓거나 압통점이 심한 자리에 뜸을 놓아 증상을 호전시킬수는 있다.
류머티스성 관절염의 경우, 발병 원인이 확실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관절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활막에 염증이 생기면서 관절 연골과 그 주위를 파괴하는 것이 특징이다. 초기에는 관절 부분이 붓거나 통증이 생기다가 점점 진행될수록 관절이 변형되고 근육이 위축되며 전신적으로 쇠약해 진다. 류머티스성 관절염의 경우 20대에서 50대 사이의 여성에게 특히 많이 나타나는데 침이나 뜸, 부항과 봉독 요법을 활용해 치료한다. 또 간장이나 신장의 기능을 보강시키고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약재를 달여 마셔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관절염의 경우 원하는 효과를 얻으려면 장기적인 치료가 필수적이므로 마음을 편하게 갖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모든 질병이 다 그렇듯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에만 의존해 일상생활에서 조심하지 않는다면 병세도 일시적으로만 호전될 뿐입니다. 갑작스러운 감염 때문에 질병이 생기기도 하지만 관절염과 같은 근골격계 질환은 평소 자세나 직업과 연관이 많습니다. 평소 때에도 자신의 생활습관을 잘 돌이켜보고 관절에 무리를 주는 행동은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관절염 방지와 치료를 위해 지켜야 할 수칙
-굽 높은 신발을 신지 않으며 쪼그려 앉는 것을 피하도록 한다.
-수영이나 가벼운 산책, 편안한 스트레칭 등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을 선택해 꾸준히 규칙적으로 실시한다.
-술, 기름진 음식, 식초 등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등 영양소가 조화를 이룬 식이요법에 신경을 쓴다.
-류머티스형 관절염의 경우 선풍기나 에어컨등이 있는 추운 곳에 환부를 노출시키지 않도록 특별히 신경 쓴다.
-목욕을 할 때도 너무 뜨거운 물보다는 40도 정도의 따끈한 물에 20분쯤 몸을 담가 온몸의 혈액순환을 촉진시켜준다.
-설거지나 청소를 할 때도 발의 무게 중심을 자주 바꾸고 팔이나 어깨, 허리를 자주 움직여 오랜 시간 같은 자세를 취하지 않도록 조심 한다.
(도움말=누리담 한의원 안병철원장)
장익경기자 ikjan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