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연간 생산되는 옷이 약 9000만벌입니다. 미국인 4~5명 중 1명은 여기서 만든 옷을 사 입는 셈이죠."

지난 16일 베트남 남부 호찌민시 외곽에 있는 섬유전문기업 한세실업(대표 이용백)의 현지법인 한세베트남공장.김석훈 한세베트남 총괄법인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2차 하도급까지 줘야 할 정도로 바쁘다"며 이같이 말했다.

약 33만㎡ 규모의 부지에 들어선 길이 100m,너비 45m 크기의 공장 10개동에서는 1만2000여명에 이르는 베트남 현지 근로자들의 원단 선별과 봉제작업이 한창이었다.

베트남 공장에서 하루에 만들어지는 옷은 약 30만벌.연평균 약 3억달러어치가 나이키,아베크롬비,아메리칸이글,갭 등 미국의 유명 캐주얼 의류 업체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미국의 대형 유통체인인 월마트,타깃 등의 자체 브랜드(PB)를 통해 팔려나간다. 회사 측은 글로벌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연초부터 주문이 쏟아져 올해는 지난해(3억달러)보다 26%가량 증가한 3억8000만달러의 매출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세실업이 사양산업으로 취급받는 섬유봉제 OEM 부문에서 이처럼 승승장구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차별화된 품질관리법과 자체 디자인 상품 개발 및 과감한 투자 때문이다.

회사는 지난해 말부터 '신호등시스템'이라는 독창적인 품질관리기법을 개발해 제품단가를 20% 이상 낮췄고 평균 3%가량 발생하던 불량률도 약 2%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올해 수주량도 20%정도 늘었다.

이 시스템은 품질관리 전문직원이 일정한 시간마다 한번씩 공정별로 문제 유무를 점검하고 이상이 없으면(파란불) 생산을 계속하고 이상이 생겼을 때(빨간불)는 라인을 멈추는 조치를 취해 기계를 수리하거나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바이어들의 신뢰가 높아지면서 주문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한세실업은 바이어의 디자인을 받아 생산만 하는 OEM의 한계를 넘고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자체 개발한 디자인을 적용해 생산,납품하는 제조자개발생산(ODM) 체제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전문 디자이너 20여명을 고용,미국 뉴욕에 디자인센터를 개설해 올해부터 일부 메이커에 회사의 ODM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김 총괄법인장은 "OEM보다 값을 더 받을 수 있는 ODM 제품에 대한 바이어들의 반응이 좋아 OEM만 집중하던 지난해보다 올해 영업이익은 30% 정도 늘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연간 순익 약 300억원의 절반 이상을 최종 생산품의 세탁 후 품질을 테스트하기 위한 최신형 세탁기 및 봉제설비 구입과 공장 증설 및 생산환경 개선에 투입하고 있을 정도다. 김 법인장은 "서울에 본사사옥이 없어 건물 4개층을 빌려 셋방살이를 하고 있을 정도로 비핵심분야에는 눈을 돌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사는 현지화 전략도 가속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본사 직원의 20% 이상을 현지인으로 고용하고 베트남 현지인을 채용해 한국과 베트남 간에 순환근무를 시킬 계획이다.

한세실업은 베트남의 호찌민과 구찌현 두 곳에 공장을 운영해 월 900만장의 의류를 생산,수출하는 현지 최대 의류기업이다. 베트남 외에도 니카라과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7개국에 있는 현지공장을 통해 올해 약 7억달러,2012년까지 10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호찌민(베트남)=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