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플라자] 첨단 의료복합단지의 성공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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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복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이사장>
주거여건이 최우선…지역안배 안돼, 부지 줄이고 R&D 투자비중 늘려야
주거여건이 최우선…지역안배 안돼, 부지 줄이고 R&D 투자비중 늘려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입지 선정이 임박해지면서 이를 유치하기 위한 지자체 간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다가 자칫 지역 이기주의에 휘말려 본연의 사업목적과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첨단의료산업은 IT(정보기술) 산업에 이어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각광받는 바이오산업의 핵심이다. 따라서 세계 여러 나라들이 이 분야의 경쟁력 우위 확보를 위해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사업도 이 같은 맥락에서 신약개발과 첨단의료기기 개발 분야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업내용을 보면 연구단지의 조성과 단지 내 공동연구지원 시설의 구축,그리고 민간기업 유치를 통한 연구클러스터의 조성과 연구개발 지원을 주로 하고 있다.
이 사업이 여러 선진국가의 유사한 사업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의 잠재역량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결집하고 극대화해 나가느냐가 매우 중요한 관건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지역 간 경쟁이나 지역균형발전 논리를 뛰어넘어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든 사업이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사업은 기존 생산근로자 위주의 산업단지와 달리 고급두뇌 중심의 연구개발 활동이 주축이다. 따라서 이 사업의 입지 선정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고급두뇌들이 선호하고 모여들 수 있는 정주여건의 구비이며 이는 비단 국내 고급인력뿐만 아니라 외국의 유능한 과학자나 유명 연구소를 유치하는 데도 필수적인 조건이다.
따라서 이번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선정기준이 지역안배나 지역균형발전의 논리에 밀리지 않고 잘 지켜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 사업상에 나타난 투자우선순위와 관련된 문제도 함께 지적하고자 한다. 제5차 의료선진화위원회 보고서에 나타난 투자비 내역서를 보면,사업 초기 10년간 투입되는 재원은 약 1조8000억원으로 이 중 R&D(연구개발)에 투입되는 재원은 24% 정도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초기 10년간 대부분의 투자는 부지매입과 시설 · 장비투자에 치중되고 연구개발 투자는 10년 후부터 증액되도록 기획돼 있다. 이 같은 투자우선순위는 향후 10년이 국내 첨단의료산업의 선진화와 경쟁력 배양의 성패를 가름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지자체가 조성 공급하도록 돼 있는 약 100만㎡에 달하는 부지조성도 문제다. 싱가포르의 야심작 바이오폴리스가 23만㎡의 대지 위에 8~12층 건물 7동으로 구성돼 있다는 사례로 보나,일본 고베의 바이오콤플렉스가 건물 연면적 약 10만㎡로 이뤄져 있다는 사례 등에 비춰볼 때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우리의 경우 굳이 100만㎡를 고집해야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다.
부지 100만㎡를 고집하기보다는 용적률을 높여 필요한 부지면적을 축소 조정하고 이를 통해 절감되는 재원을 사업초기 연구개발 투자로 사용한다면 효율화와 경쟁력 제고란 측면에서 더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산업클러스터의 조성 경향이 연구단지를 조성하고 산업체를 끌어들이기보다는 오히려 산업체가 밀집해 있는 지역에 연구기능이 파고들어 클러스터링을 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100만㎡의 단지를 조성하고 민간기업의 이전을 종용하기보다 의료산업의 집적지에 연구개발 지원시설을 설치하고 기업 간 네트워킹을 지원하는 쪽이 동일한 효과와 함께 이전과 새로운 시설 설치에 소요되는 막대한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등 보다 바람직한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한번의 마우스 클릭으로 지구 반대편에 실시간 접속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다. 과거의 관행에서 과감히 탈피해 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발상이 필요한 때다.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성공 여부가 국가경쟁력 강화의 시금석이 되는 만큼 국민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
/전 과학기술부 장관
첨단의료산업은 IT(정보기술) 산업에 이어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각광받는 바이오산업의 핵심이다. 따라서 세계 여러 나라들이 이 분야의 경쟁력 우위 확보를 위해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사업도 이 같은 맥락에서 신약개발과 첨단의료기기 개발 분야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업내용을 보면 연구단지의 조성과 단지 내 공동연구지원 시설의 구축,그리고 민간기업 유치를 통한 연구클러스터의 조성과 연구개발 지원을 주로 하고 있다.
이 사업이 여러 선진국가의 유사한 사업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의 잠재역량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결집하고 극대화해 나가느냐가 매우 중요한 관건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지역 간 경쟁이나 지역균형발전 논리를 뛰어넘어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든 사업이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사업은 기존 생산근로자 위주의 산업단지와 달리 고급두뇌 중심의 연구개발 활동이 주축이다. 따라서 이 사업의 입지 선정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고급두뇌들이 선호하고 모여들 수 있는 정주여건의 구비이며 이는 비단 국내 고급인력뿐만 아니라 외국의 유능한 과학자나 유명 연구소를 유치하는 데도 필수적인 조건이다.
따라서 이번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선정기준이 지역안배나 지역균형발전의 논리에 밀리지 않고 잘 지켜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 사업상에 나타난 투자우선순위와 관련된 문제도 함께 지적하고자 한다. 제5차 의료선진화위원회 보고서에 나타난 투자비 내역서를 보면,사업 초기 10년간 투입되는 재원은 약 1조8000억원으로 이 중 R&D(연구개발)에 투입되는 재원은 24% 정도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초기 10년간 대부분의 투자는 부지매입과 시설 · 장비투자에 치중되고 연구개발 투자는 10년 후부터 증액되도록 기획돼 있다. 이 같은 투자우선순위는 향후 10년이 국내 첨단의료산업의 선진화와 경쟁력 배양의 성패를 가름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지자체가 조성 공급하도록 돼 있는 약 100만㎡에 달하는 부지조성도 문제다. 싱가포르의 야심작 바이오폴리스가 23만㎡의 대지 위에 8~12층 건물 7동으로 구성돼 있다는 사례로 보나,일본 고베의 바이오콤플렉스가 건물 연면적 약 10만㎡로 이뤄져 있다는 사례 등에 비춰볼 때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우리의 경우 굳이 100만㎡를 고집해야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다.
부지 100만㎡를 고집하기보다는 용적률을 높여 필요한 부지면적을 축소 조정하고 이를 통해 절감되는 재원을 사업초기 연구개발 투자로 사용한다면 효율화와 경쟁력 제고란 측면에서 더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산업클러스터의 조성 경향이 연구단지를 조성하고 산업체를 끌어들이기보다는 오히려 산업체가 밀집해 있는 지역에 연구기능이 파고들어 클러스터링을 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100만㎡의 단지를 조성하고 민간기업의 이전을 종용하기보다 의료산업의 집적지에 연구개발 지원시설을 설치하고 기업 간 네트워킹을 지원하는 쪽이 동일한 효과와 함께 이전과 새로운 시설 설치에 소요되는 막대한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등 보다 바람직한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한번의 마우스 클릭으로 지구 반대편에 실시간 접속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다. 과거의 관행에서 과감히 탈피해 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발상이 필요한 때다.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성공 여부가 국가경쟁력 강화의 시금석이 되는 만큼 국민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
/전 과학기술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