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4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사실을 하루 만에 신속하게 보도했다. 북한이 남측 대통령들의 서거에 어떠한 반응을 보이지 않던 이전 보도 태도에 비춰 보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 중앙통신은 이날 '전 남조선 대통령 노무현 사망'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보도에 의하면 전 남조선 대통령 노무현이 5월23일 오전에 사망했다고 한다"며 "내 · 외신들은 그의 사망 동기를 검찰의 압박 수사에 의한 심리적 부담과 연관시켜 보도하고 있다"고만 논평 없이 짤막하게 전했다. 통신은 노 전 대통령의 사망 경위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속보 개념이 거의 없는 북한이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이처럼 신속히 보도한 것은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10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두 번째로 정상회담을 갖고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10 · 4선언)'을 발표하는 등 남북한 해빙 무드에 기여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조전을 보내거나 조문단을 보내올지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남북 교류 협력에 기여했다고 판단되는 남측 경제 · 통일 인사들의 사망 소식을 신속히 보도하고 조전을 보내는 등 애도를 표한 바 있다. 특히 '소떼 방북'으로 시작해 개성공단 · 금강산 관광 등 남북 간 화해 협력의 물꼬를 튼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 타계(2001년 3월) 당시에는 송호경 아 · 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4명의 조문단이 서울 청운동 빈소를 찾았다. 북측이 남측에 조문단을 보낸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