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前대통령 서거] 3~4일전부터 식사 거르고… 대화 피하고… 연신 줄담배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 봉하마을 지인들이 밝힌 마지막 행적
4일전 자전거 타고 어린시절 통학길 짧게 둘러봐
3일전 "내가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졌다" 말해
4일전 자전거 타고 어린시절 통학길 짧게 둘러봐
3일전 "내가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졌다" 말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거 3~4일 전부터 신변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런 이상 행동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비극적인 결말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여 측근들과 지인들의 슬픔과 회한은 더욱 커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서거 4일 전인 19일 오후 5시께 경호원 한 명과 함께 취재진의 눈을 피해 자전거를 타고 모처럼 외출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가 평소 즐겨다니던 자전거 코스는 마을에서 걸어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봉화산 자광사를 지나 화포천,자암산 영강사,한림면사무소까지 이르는 5㎞ 구간.그러나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날은 영강사 주변까지만 자전거를 타고 갔다가 일찍 귀가했다.
어린 시절부터 노 전 대통령과 가까이 지냈던 영강사 청호 스님은 "노 전 대통령은 어린 시절 통학할 때부터 이 길을 걸어다녔다"면서 "자전거를 타고 이 길을 달리며 마지막으로 자신의 인생길을 회고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영강사와 5분거리에 있는 자광사를 지나던 노 전 대통령은 평소와 달리 말없이 절을 스쳐 지나갔다고 한다. 이날 노 전 대통령을 먼발치에서 목격한 자광사 정일 주지스님은 "노 전 대통령이 손짓만 하고 그냥 갔다"고 전했다. 예전에는 자전거를 타고 지날 때 절에 들러 하천 정화운동 등 다양한 주제로 담소를 나눴다고 한다.
투신 3일 전인 20일 밤에도 노 전 대통령은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였다. 이날 밤 노 전 대통령은 초등학교 1년 후배인 진영농업협동조합장 이재우씨(63)와 통닭을 놓고 소주잔을 기울였다. 이 조합장이 사저를 방문한 것은 지난 17일 봉하마을을 찾아온 한 여성 자원봉사자로부터 "노 전 대통령이 독한 마음을 먹을까 염려된다. 만나면 그런 생각하지 말고 건강하게 사시라고 전해 달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노 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며 사저로 전화를 걸었다. 노 전 대통령이 20일 오라고 해 오후 6시께 통닭 두 마리와 소주를 사 들고 사저를 찾았다. 평소 같으면 "재우야 왔나? 잘 지내나"라며 이야기꽃을 피우던 노 전 대통령이었지만 이날은 초췌한 얼굴로 통닭을 입에만 댄 뒤 연신 담배만 태웠다고 이 조합장은 전했다. 그는 "그때는 누구와 대화하기도 싫어하고 대화를 해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주 수척했다"고 노 전 대통령의 상태를 설명했다. 이 조합장은 술잔을 건네면서 "독한 마음 먹지 마세요. 자신을 생각해 주는 한 사람만 있어도 세상을 잘 살아온 것"이라고 위로했다. 사저를 나오면서는 "낮에는 기자들이 있으니 새벽이나 밤에 저하고 등산을 하십시다"라고 말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이런 말들에 대해 평소와는 달리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그냥 웃기만 했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 부부는 이 조합장을 계단까지 내려와서 배웅을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이 조합장의 손만 꼭 잡았다. 이때 이 조합장은 노 전 대통령 손에서 과거의 따스한 온기는 간데없고 섬뜩한 냉기만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이 조합장은 노 전 대통령이 유서에 적은 "내가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는 말을 당시에 들었다며 이미 그때 죽음을 결심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수사를 담당했던 검찰 내 정보 담당 부서에도 몇 주 전부터 노 전 대통령 행동이 이상하다는 보고가 속속 올라왔다. 집에서 나오지 않고 혼자만 있으려 한다거나 측근들이나 비서관들과의 대화를 기피한다는 내용들이었다. 대검 정보팀의 한 관계자는 밥을 하루에 한 끼밖에 먹지 않을 정도로 식욕을 잃은 상태였고 우울 증세가 있다는 보고도 있었다"고 전했다.
봉하마을=신경원/김태현/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
노 전 대통령은 서거 4일 전인 19일 오후 5시께 경호원 한 명과 함께 취재진의 눈을 피해 자전거를 타고 모처럼 외출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가 평소 즐겨다니던 자전거 코스는 마을에서 걸어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봉화산 자광사를 지나 화포천,자암산 영강사,한림면사무소까지 이르는 5㎞ 구간.그러나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날은 영강사 주변까지만 자전거를 타고 갔다가 일찍 귀가했다.
어린 시절부터 노 전 대통령과 가까이 지냈던 영강사 청호 스님은 "노 전 대통령은 어린 시절 통학할 때부터 이 길을 걸어다녔다"면서 "자전거를 타고 이 길을 달리며 마지막으로 자신의 인생길을 회고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영강사와 5분거리에 있는 자광사를 지나던 노 전 대통령은 평소와 달리 말없이 절을 스쳐 지나갔다고 한다. 이날 노 전 대통령을 먼발치에서 목격한 자광사 정일 주지스님은 "노 전 대통령이 손짓만 하고 그냥 갔다"고 전했다. 예전에는 자전거를 타고 지날 때 절에 들러 하천 정화운동 등 다양한 주제로 담소를 나눴다고 한다.
투신 3일 전인 20일 밤에도 노 전 대통령은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였다. 이날 밤 노 전 대통령은 초등학교 1년 후배인 진영농업협동조합장 이재우씨(63)와 통닭을 놓고 소주잔을 기울였다. 이 조합장이 사저를 방문한 것은 지난 17일 봉하마을을 찾아온 한 여성 자원봉사자로부터 "노 전 대통령이 독한 마음을 먹을까 염려된다. 만나면 그런 생각하지 말고 건강하게 사시라고 전해 달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노 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며 사저로 전화를 걸었다. 노 전 대통령이 20일 오라고 해 오후 6시께 통닭 두 마리와 소주를 사 들고 사저를 찾았다. 평소 같으면 "재우야 왔나? 잘 지내나"라며 이야기꽃을 피우던 노 전 대통령이었지만 이날은 초췌한 얼굴로 통닭을 입에만 댄 뒤 연신 담배만 태웠다고 이 조합장은 전했다. 그는 "그때는 누구와 대화하기도 싫어하고 대화를 해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주 수척했다"고 노 전 대통령의 상태를 설명했다. 이 조합장은 술잔을 건네면서 "독한 마음 먹지 마세요. 자신을 생각해 주는 한 사람만 있어도 세상을 잘 살아온 것"이라고 위로했다. 사저를 나오면서는 "낮에는 기자들이 있으니 새벽이나 밤에 저하고 등산을 하십시다"라고 말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이런 말들에 대해 평소와는 달리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그냥 웃기만 했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 부부는 이 조합장을 계단까지 내려와서 배웅을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이 조합장의 손만 꼭 잡았다. 이때 이 조합장은 노 전 대통령 손에서 과거의 따스한 온기는 간데없고 섬뜩한 냉기만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이 조합장은 노 전 대통령이 유서에 적은 "내가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는 말을 당시에 들었다며 이미 그때 죽음을 결심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수사를 담당했던 검찰 내 정보 담당 부서에도 몇 주 전부터 노 전 대통령 행동이 이상하다는 보고가 속속 올라왔다. 집에서 나오지 않고 혼자만 있으려 한다거나 측근들이나 비서관들과의 대화를 기피한다는 내용들이었다. 대검 정보팀의 한 관계자는 밥을 하루에 한 끼밖에 먹지 않을 정도로 식욕을 잃은 상태였고 우울 증세가 있다는 보고도 있었다"고 전했다.
봉하마을=신경원/김태현/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