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늙은 나르시시스트의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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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철 < 안티에이징엑스포 준비위원·정신과 전문의 igu1848@paran.com >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가 꽤 인기 있었나 보다.
나도 그걸 간간이 본 기억이 있다. 극중 장미희씨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김수현이란 작가는 대체로 극중에 히스테릭하거나 나르시시즘(자기애)적인 성격의 인물을 곧잘 등장시킨다.
인간관계에서 갈등이나 풍파를 드라마틱하게 표현하기 위해서일 게다. 그리고 마지막엔 따뜻한 인간애로 마무리하는 출중한 솜씨를 보여준다. 그래서 그의 드라마가 인기가 높은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극중의 장미희씨를 보고 중 · 장년의 나이에 실제로 저런 성품의 여성이 노년기에 접어들게 되면 비극이 될 거란 생각이 든다. 악질성 나르시시즘의 특성이 너무 잘 드러나서다. 자기애가 강한 중년기의 인간은 대체로 나이가 드는 것 자체를 '자기애적 상처'로 느낀다. 힘없는 머리카락,축 늘어진 살,건망증,눈가와 목 부위의 주름살 등.젊은 시절의 이미지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어서다. 형편이 허락된다면 보톡스 시술이나 뱃살 제거,모발 이식 등으로 상처난 이미지를 감추려 든다. 아직도 끄떡없다는 걸 주위에 증명하고 싶어한다. 외양 가리기는 그렇다 치자.
성격은 시간이 갈수록 더 피곤해지는 경향이 있다. 정서적으로 남을 이용하는 중심적 위치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타인과의 공감 능력이 부족한 점은 오래된 습성이다. 타인에 대해선 이러저러한 사람이라며 부정적 평가를 하기 일쑤다. 자신이 우월한 존재여서 아주 우아하게 건방을 떨기도 한다. 주위 사람에게 요구하는 게 많다. 자녀들이 독립된 사고방식을 보이거나 자기 주장을 하면 참기 어렵다. 불효란 낙인을 찍기도 한다. 가족에 대한 간섭이나 지배는 흔히 '사랑'의 이름으로 변명하는 경향이 많다. 자녀들이 결혼해 분가를 해도 이런 성향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이런 류의 사람에 대한 얘기는 드라마뿐만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도 간혹 듣게 된다. 아들에 대한 소유욕이 강한 어머니 말이다.
모자는 결혼 전까지만 해도 아주 친밀했다. 아들도 말을 잘 들었다. 그러나 결혼 뒤 아들에 대해서는 무조건 두둔하고,며느리에 대한 불평과 불만을 늘어놓는다. "저렇게 미련하고 천박한 여자를 위해 내 아들을 주다니,내 아들 정말 그 꼴 못 봐주겠다"는 식의 극단적 표현도 서슴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젊은'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수치심을 안겨주는 일이 다반사다. 반면 자기가 이용 가능하거나 필요한 사람에게는 극단적 이상화를 잘 한다.
외면의 권력 확장 겸 내면의 확장도 꾀하려는 의도에서다. 극중 아들은 모친의 문제를 현실적으로 인지하고 자신의 사랑을 위해 꿋꿋하게 모친과 맞선다. 최소한의 평화로운 관계 유지를 위해 싸우지 않는 단호함의 태도도 보인다. 결말엔 해피엔딩이다. 사랑은 결국 '주고 받는 관계'에 기초해야 오래 가고 든든해지는 것 같다.
나도 그걸 간간이 본 기억이 있다. 극중 장미희씨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김수현이란 작가는 대체로 극중에 히스테릭하거나 나르시시즘(자기애)적인 성격의 인물을 곧잘 등장시킨다.
인간관계에서 갈등이나 풍파를 드라마틱하게 표현하기 위해서일 게다. 그리고 마지막엔 따뜻한 인간애로 마무리하는 출중한 솜씨를 보여준다. 그래서 그의 드라마가 인기가 높은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극중의 장미희씨를 보고 중 · 장년의 나이에 실제로 저런 성품의 여성이 노년기에 접어들게 되면 비극이 될 거란 생각이 든다. 악질성 나르시시즘의 특성이 너무 잘 드러나서다. 자기애가 강한 중년기의 인간은 대체로 나이가 드는 것 자체를 '자기애적 상처'로 느낀다. 힘없는 머리카락,축 늘어진 살,건망증,눈가와 목 부위의 주름살 등.젊은 시절의 이미지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어서다. 형편이 허락된다면 보톡스 시술이나 뱃살 제거,모발 이식 등으로 상처난 이미지를 감추려 든다. 아직도 끄떡없다는 걸 주위에 증명하고 싶어한다. 외양 가리기는 그렇다 치자.
성격은 시간이 갈수록 더 피곤해지는 경향이 있다. 정서적으로 남을 이용하는 중심적 위치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타인과의 공감 능력이 부족한 점은 오래된 습성이다. 타인에 대해선 이러저러한 사람이라며 부정적 평가를 하기 일쑤다. 자신이 우월한 존재여서 아주 우아하게 건방을 떨기도 한다. 주위 사람에게 요구하는 게 많다. 자녀들이 독립된 사고방식을 보이거나 자기 주장을 하면 참기 어렵다. 불효란 낙인을 찍기도 한다. 가족에 대한 간섭이나 지배는 흔히 '사랑'의 이름으로 변명하는 경향이 많다. 자녀들이 결혼해 분가를 해도 이런 성향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이런 류의 사람에 대한 얘기는 드라마뿐만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도 간혹 듣게 된다. 아들에 대한 소유욕이 강한 어머니 말이다.
모자는 결혼 전까지만 해도 아주 친밀했다. 아들도 말을 잘 들었다. 그러나 결혼 뒤 아들에 대해서는 무조건 두둔하고,며느리에 대한 불평과 불만을 늘어놓는다. "저렇게 미련하고 천박한 여자를 위해 내 아들을 주다니,내 아들 정말 그 꼴 못 봐주겠다"는 식의 극단적 표현도 서슴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젊은'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수치심을 안겨주는 일이 다반사다. 반면 자기가 이용 가능하거나 필요한 사람에게는 극단적 이상화를 잘 한다.
외면의 권력 확장 겸 내면의 확장도 꾀하려는 의도에서다. 극중 아들은 모친의 문제를 현실적으로 인지하고 자신의 사랑을 위해 꿋꿋하게 모친과 맞선다. 최소한의 평화로운 관계 유지를 위해 싸우지 않는 단호함의 태도도 보인다. 결말엔 해피엔딩이다. 사랑은 결국 '주고 받는 관계'에 기초해야 오래 가고 든든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