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빨래를 하고 무현이는 밥을 했지요. "

25일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에서 만난 노무현 전 대통령의 55년 지기 이승보씨(63 · 우리참외를 사랑하는 모임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사법연수생이던 시절 서울에서 함께 지낸 추억을 떠올리며 "무현이는 친구인데도 신세를 지는 걸 싫어해 밥은 꼭 자기가 했다"며 "아직도 친구가 끓여준 된장찌개의 맛을 잊을 수가 없다"고 회상했다.

노 전 대통령과 봉하마을에서 유년시절부터 함께 보낸 이씨는 학창시절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을 '명석하고 유머가 넘치는 친구'로 기억했다. 1964년 부산상고 2학년 수학여행 때 열차에 사람이 너무 많자 노 전 대통령은 "사람이 너무 많으니 나라도 자리를 줄여야겠다"며 기차 선반 위로 올라가 친구들을 모두 한참 웃게 만들기도 했다.

이씨는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시절에도 청와대에서 몇 시간씩 추억을 회상하며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그때마다 이씨는 당시 하루 두 갑씩 피우던 담배를 끊으라고 권했고,곁에 있던 권양숙 여사와 협공도 펼쳤지만 노 전 대통령은 "알았다,알았다"며 항상 웃어 넘겼다고 전했다. 이씨는 "친구에게 담배란 고민을 떨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였음을 이제야 다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오랜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너무 완벽한 성격' 탓으로 돌렸다. 그는 "무현이는 나쁜 일을 참지 못했는데,자기에게 그런 일이 닥치니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신념과 자존심이 강해 참지 못한 것 같다"고 고개를 떨궜다.

이씨는 많이 힘들었을 친구의 고민을 한번 들어주지도 못하고 떠나보낸 게 가장 마음 아프다고 했다. 이씨는 "모든 걸 다 겪어온 무현이가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일이었는데 쉽게 꺾어버린 것 같아 조금은 밉다"며 "오랜 친구가 이제라도 편히 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봉하마을=서보미/김일규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