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등 중요한 작곡가들이 교향곡 9번을 작곡하고 최후를 맞았죠.9번 교향곡을 만드는 것을 좀 늦추고 싶네요. "

폴란드의 작곡가 겸 지휘자 크시스토프 펜데레츠키는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오는 30일까지 열리는 제1회 서울국제음악제에서 자신의 교향곡 8번을 직접 지휘하기 위해 내한한 그는 "미완성으로 남아 있는 교향곡 6번을 끝내는 것이 먼저 할 일"이라며 "19세기 거장 중 한 명인 미야스코프스키는 일생 동안 교향곡을 29곡이나 작곡했는데 내가 교향곡 9번을 만든다면 합창교향곡이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펜데레츠키는 '폴란드의 음악 대통령'으로 추앙받으며 현존 최고의 작곡가로 손꼽히는 인물.1960년 '아나클라시스''히로시마 전몰자를 위한 애가' 등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이후 '성 누가 수난곡''폴란드 레퀴엠' 등 20세기 현대 음악사에 빛나는 다수의 작품을 선보였다. 1998년부터 폴란드 크라코프에서 매년 열리는 '펜데레츠키 음악제'는 폴란드 대통령은 물론 각국 대사들도 참석하는 국가적 행사다.

한국과 인연도 각별하다. 1991년 한국 정부가 광복 50주년을 기념해 그에게 작곡을 위촉한 것이 '한국'이라는 부제가 붙은 교향곡 제5번이다. 2005년에는 서울대에서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현재 서울바로크합주단의 예술고문을 맡고 있다.

그는 "강석희 전 서울대 교수에게서 한국민요 '새야 새야 파랑새야'를 추천받아 들은 다음 교향곡 '한국'을 만들었다"며 "한국 전통 악기인 편종의 소리가 독특해서 곡 편성에 넣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번 서울국제음악제의 예술감독을 맡은 작곡가 류재준씨는 그의 애제자다. '샤콘느''첼로를 위한 디베르티멘토' 등이 연주된 데 이어 '현악3중주''교향곡 8번' 등이 초연되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펜데레츠키는 "연주곡 가운데 내 작품이 많아서 좀 민망하지만 이번 음악제는 고전음악과 현대음악이 적절히 짜여있는 데다 류재준의 '진혼교향곡'을 다시 들을 수 있어 아주 환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3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폴란드 국립방송교향악단,소프라노 김인혜,바이올리스트 김소옥 등이 출연한 가운데 자신의 '교향곡 8번'과 카롤 시마노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지휘할 예정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