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3일째를 맞은 25일 전국 16개 시도에 설치된 정부 분향소 81곳에서 일제히 조문이 시작됐다.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과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설치한 전국의 분향소에도 조문객의 행렬이 이어졌다. 행정안전부는 정당 종교단체 시민단체 등이 자발적으로 설치하는 민간 분향소가 늘고 있어 오후 6시 현재 197곳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서울 경희궁 옆 시립 서울역사박물관 1층 로비에 마련된 정부 분향소에서는 오전 8시 유족 측 대표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노 전 대통령의 영정을 안치하면서 공식 조문이 시작됐다. 이곳에는 오전 9시 한승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전체 국무위원이 조문했다. 한 총리는 방명록에 "삼가 명복을 비오며 유지를 받들어 국가 발전과 국민 통합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오후에 서울역사박물관 분향소를 찾아 영정에 국화 한 송이를 헌화했다. 박 전 대표는 "충격적이고 비통하다"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오세훈 서울시장,이용훈 대법원장,이강국 헌법재판소장,김황식 감사원장,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캐슬린 스티븐스 미국대사와 마틴 유든 영국대사 등 주한외교사절도 이곳을 찾아 노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었다. 스티븐스 대사는 "고인과 예전에 식사도 같이하는 등 인연이 있었는데 이런 일이 생겨 유감스럽다"며 "특히 그의 가족에 매우 깊은 유감을 전한다"고 말했다.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직장인과 서울역을 이용하는 여행객의 조문 발길이 이어졌다. 이곳에선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조문객을 맞았다.

○…이날 오전 6시부터 회사원들이 출근 전에 조문을 시작하면서 봉하마을 주변 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했다. 오전에만 2만명의 추모객이 찾은 데 이어 오후 들어 직장을 퇴근한 회사원들의 추모행렬이 이어졌다. 조문객이 늘어나자 장례위원회는 12명씩 조를 이뤄 분향하던 방식을 30명씩 분향할 수 있도록 바꿨다.

참여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고건 전 국무총리는 오후 6시께 분향소를 찾아 노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 고개를 숙였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박상천 조배숙 김충조 민주당 의원 등도 분향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

북한의 2차 핵실험 소식이 전해지자 봉하마을 주민들은 전국이 눈물에 잠겨있는 상황에서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모습이다.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등 전국 193곳에 설치된 민간 분향소에도 조문객의 발길이 끊기지 않았다. 민간 분향소는 서울의 조계사 봉은사를 비롯한 전국의 주요 사찰과 민주당 의원 사무실 및 시 · 도 당사 등에 주로 설치됐다. 이날 전국 분향소에는 출근시간 전,점심 시간,퇴근 시간 후에 '넥타이 부대'들이 대거 몰렸다. 낮 시간에는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조문하는 여성 조문객도 많았다.

대한문 광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조문객이 몰려 기다리는 데 세 시간이 넘게 걸렸다.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은 시청역 역사까지 이어진 줄로 기다리던 시민들은 찜통더위 속에 힘든 표정이 역력했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고 숙연하고 차분한 모습으로 차례를 기다렸다. 점심을 거르고 분향소를 찾았다는 김숙희씨(35)는 "일도 손에 안 잡히고 너무 슬프다"며 "노 전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정치인들 모두가 그만 싸우고 평화롭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역 광장과 해운대구 벡스코 1층 전시장에는 부산 시민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허남식 부산시장과 제종모 시의회 의장,김중확 부산경찰청장 등이 부산역 광장에서 조문했고 노 전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로 알려진 송기인 신부도 부산역 분향소를 찾아 영정 앞에 고개를 숙였다.

박맹우 울산시장과 윤명희 시의회의장,김상만 시교육감,최일학 상공회의소 회장 등은 울산시 남구 종하체육관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았다. 박 시장은 "노 전 대통령이 국립대 설립과 KTX울산역 유치 등 지역 숙원사업을 흔쾌히 해결해 주었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인천시는 중구 도원동 시립도원체육관 등 10곳에 분향소를 마련했고 안상수 인천시장,이길범 해양경찰청장 등이 조문했다.

○…누리꾼들이 추모곡을 만들거나 관련 UCC를 홈페이지에 올리는 등 인터넷에서도 추모열기가 확산되고 있다. 관련 뉴스를 편집한 동영상도 많았지만 누리꾼들이 노 전 대통령의 생전 사진 등을 모아 창작한 UCC와 봉하마을의 헌화 물결을 직접 촬영한 UCC도 상당수에 달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기간 TV 광고에서 '상록수'를 부른 모습,봉하마을에서 손녀와 함께 자전거를 타는 모습,썰매를 타는 모습 등을 이용해 고인을 추모하는 UCC가 눈에 많이 띄었다.

봉하마을=김태현/박기호/하인식/김일규/서보미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