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경제위기 이후 외국계 석유관련 기업들을 국유화한 베네수엘라 정부가 이제 은행까지 손에 넣게 됐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스페인 산탄데르은행이 베네수엘라 자회사인 방코 데 베네수엘라 지분을 베네수엘라 정부에 매각키로 했다고 23일 발표했다.매각 금액은 총 10억5000달러에 달한다.베네수엘라 정부가 상업은행을 국유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오는 7월 정식으로 매각이 이뤄지면 전체 금융 부문의 20%를 정부가 관리하게 된다.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부는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경제 전반에 걸쳐 기업들을 국유화하고 있다.석유시추, 전력, 통신, 농산물 가공 기업들이 국유화 되었거나 국유화 과정을 밟고 있다.

WSJ는 일방적으로 국유화 계획을 발표하고 이후에 매각 조건을 협상하는 베네수엘라 정부의 국유화 방식 때문에 외국계 기업들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보유기업들을 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지난 21일에는 아르헨티나-이탈리아 국적 테킨트의 철봉재 생산공장의 국유화 계획이 회사와 협의 없이 발표되기도 했다.

한편 산탄데르가 방코 데 베네수엘라를 매각한 대금은 자본구조를 개선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지난 10여년 간 은행 간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급격히 키워온 산탄데르 은행은 본국 스페인이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악성자산이 급증, 곤경에 처해있다.은행 부실을 메꾸기 위해 산탄데르 은행은 최근 예전에 인수했던 기업들을 속속 팔아치우고 있다.산탄데르 은행은 지난 달 스페인 석유회사 셉사 보유 지분 32%를 39억달러에 매각한 데 이어 현재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과 자산운용부문 매각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