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정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sunjung1998@yahoo.co.kr>

미국 LA 카운티미술관(LACMA)에서 내달 28일부터 열리는 한국 현대미술전 '당신의 밝은 미래'에는 한국 작가 12명의 작품이 선보인다. 이 작품들은 LA에서 3개월간 전시된 후 휴스턴미술관(MFAH)으로 옮겨져 11월부터 2010년 2월까지 전시된다. 미국의 주요 미술관에서 한국 현대미술전이 열린 것은 1993년 뉴욕 퀸즈미술관에서 개최된 '태평양을 건너서'란 전시회 이후 처음이다. 이번 LACMA와 휴스턴미술관 전시는 순수 한국 현대미술 작가들로 구성된 첫 미국 순회 전시회인 셈이다.

전시 기획은 2004년 국제교류재단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우리 현대미술을 보고 감명받은 피터 마지오 휴스턴미술관장이 했다. 휴스턴미술관은 LACMA에 이 전시를 같이 기획할 것을 제안했고,한국에서 함께 일할 큐레이터를 1년 넘게 찾았다. 그리고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을 본 관장은 내게 같이 일할 것을 제안했다. LACMA의 린 젤레반스키와 휴스턴미술관의 크리스틴 스타크맨이 이번 전시를 함께 준비한 큐레이터다. 2005년부터 두 미술관의 큐레이터들은 1년에 2~3회씩 한국을 방문하며 작가와 한국 미술에 대해 연구하고,유럽에서 열리는 한국 관련 전시를 보며 어떤 전시회를 열 것인지 깊이 고민했다.

전시회의 첫 단계는 2004년 한국의 미술사학자를 포함한 전문가들과 미국 현지에서 워크숍을 열면서 시작됐다. 마지오 관장의 처음 생각은 한국 작가 100명으로 이뤄진 대규모 근 · 현대 미술전시회였다. 그러나 나중에 현대 미술에 초점을 맞춘 전시가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지면서 기획이 바뀌게 됐다.

휴스턴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지속적으로 한국 미술을 조망하는 전시도 함께 열고 있다. 2008년 1월 서세옥씨의 개인전이 열렸고,올 10월'혼돈 속의 조화'란 한국 사진전도 열릴 예정이다.

나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어떻게 한국 미술을 세계에 알릴지 깊이 생각했다. 많은 예산을 들이고도 관심을 받지 못하는 전시보다는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은 외국 기획자들을 초청,그들에 의해 현지 문화에 맞춘 전시나 프로그램을 만들어 소개하는 방식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부는 교류 대상 국가를 정하고 많은 예산을 들여 전시회를 하지만,그 준비 기간이 짧아 좋은 미술관이나 전시장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 미술관들의 전시는 대부분 2~3년 전부터 기획된다. 이 때문에 예산의 대부분이 새로운 전시장을 조성하거나 대관하는 데 쓰이게 된다. 또 현지의 관심보다는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미술을 소개하려 하기 때문에 외면당하기 쉽다. 한국 현대미술이 가진 잠재력은 크지만 기획력과 준비 부재로 외면받는 걸 보면 참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