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이라는 다소 엉뚱한 제목으로 번역된 이 책의 원제는 'Built to last'로 오랜 기간 탄탄한 성장을 해 온 이른바 장수 기업의 비밀에 관한 책이다. 여타 연구서들과 구분되는 이 책만의 특징은 장수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는 점이다. 저자들은 분석 대상으로 3M 제너럴일렉트릭(GE) 휴렛팩커드(HP) IBM P&G 월마트 등 설립된 지 최소 50년 이상 됐고 꾸준히 높은 성과를 낸 18개 기업을 선정했다.

또 다른 특징은 초우량 기업의 성공 요소를 규명하기 위해 상대적 비교 분석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선정된 '비전 기업(visionary company)'들을 이른바 비교 기업들과 함께 분석해서 어떻게 다른지를 도출해 냈다. 저자들의 조사에 의하면 비전 기업의 주식 가치는 비교 기업의 6배,일반 기업의 15배에 달하는 탁월한 성과를 창출했다.

이 책은 일시적인 유행보다는 비전 기업들의 본질적인 특징을 밝혀 내는 데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뜻깊은 시사점을 경영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우선 비전 기업들은 기업 자체를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 이상의 의미를 부여했다. 물론 이 말은 비전 기업들이 이익 추구를 무시하거나 등한시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이익이 기업의 목적 그 자체는 아니었다. 비전 기업들은 이윤 추구를 초월한 핵심 이념과 실질적인 이윤을 동시에 추구했다. 그리고 이들은 핵심 이념을 보존하고 핵심 가치를 구성원에게 전파하는 데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예컨대 3M은 개인의 창의성과 실수에 대한 관대함을,디즈니는 상상력과 가족의 즐거움을,소니는 개척자 정신과 기술 혁신을 통해 기업 활동의 진정한 기쁨을 찾았다.

비전 기업에는 뛰어난 아이디어나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가 반드시 존재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비전 기업의 경영자들은 개인의 일생이나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을 훨씬 뛰어넘어 오랫동안 번창할 수 있는 기업 자체를 만드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GE의 진정한 경쟁력은 잭 웰치나 제프리 이멜트 같은 몇몇 스타 경영자가 아니라 어려운 시기마다 역량 있는 리더를 선발할 수 있는 내부의 축적된 메커니즘이었다. 리더는 유한하지만 비전 기업은 영원한 것이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