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희식 <증권부 차장 hssohn@hankyung.com>

금융당국에서 다음 달부터 비금융주에 한해 공매도를 다시 허용하겠다고 밝힌 이후 금융감독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개인투자자들의 반대 목소리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화되던 지난해 10월 금지된 이후 9개월 만에 푸는 것이지만,공매도가 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한 인터넷업체 설문조사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의 95%가 반대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공매도란 보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을 한국예탁결제원 등에서 빌려 팔았다가 나중에 해당 종목의 주가가 떨어지면 되사서 빌린 주식을 갚고 수익을 내는 거래방식이다. 따라서 이 거래는 속성상 향후 주가가 떨어져야 차익을 얻을 수 있다. 금융당국이 공매도 재개 방침을 발표한 지난 20일 이후 기업 실적과는 상관없이 빌린 주식이 많은 대차잔액 상위종목들이 급락한 것은 공매도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다.

사실 작년 초 국내 시장에서 이뤄졌던 대규모 공매도는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전체 공매도의 90%가량을 차지했던 외국인들이 막강한 자금력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조선주 등 간판주를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공매도에 나서 해당 종목들의 주가가 급락하는 사태를 초래했다. 이 과정에서 외국계 증권사에서 목표주가를 반토막으로 깎아내리는 보고서들을 잇따라 내놓아 공매도 세력과의 연관성 등에 일부에서 의혹의 시선을 보냈던 기억도 생생하다.

금융당국의 '공매도 실태조사' 결과를 봐도 투자자들의 불신은 나름 이유가 있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여론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에서 45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1%인 32개사가 공매도 규정을 위반했다. 특히 외국계 증권사는 조사대상 18개사가 모두 규정을 어긴 것으로 확인됐다.

허용시기가 너무 이른 것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5일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외신기자 간담회를 통해 공매도 허용방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지 5일 만에 이뤄진 결정이라 과연 충분한 검토와 공론화를 거쳤는지 고개를 갸웃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코스피지수가 1400선을 다시 회복하는 등 증시가 안정됐기 때문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지만,정부가 경기 회복에 신중론을 펴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그렇게 서둘러야 할 일이었는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선진국지수 편입여부 발표를 앞두고 서둘러 허용을 발표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등 시장에서 이런저런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북한 2차 핵실험 소식으로 주가가 급전직하하던 지난 25일 시장에선 당일 열린 정부 '비상 금융합동대책반회의'에서 공매도 재개방침을 철회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다음 주부터 시행되는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관리와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금융주 공매도는 여전히 제한되며,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만 매도주문을 내도록 규제(업틱 룰)한다고 해서 앞으로 주가가 떨어질 경우 투자자들의 실망과 원성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