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기에만 나타나던 신차 출고적체 현상이 재연되고 있다. 경기회복 기대감에다 정부의 세제지원이 효과를 내면서 차량 구입이 한꺼번에 몰려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신형 에쿠스를 지금 사는 소비자들은 최장 3개월 후에나 차량을 받을 수 있다. 세이프티 선루프와 퍼스트클래스 VIP시트 등 선택품목(옵션)을 적용한 최고급 모델을 계약할 때 출고적체가 가장 심하다. 에쿠스 기본형도 계약 후 실제 출고 때까지 1~2개월 소요되고 있다.

지난달 출시된 기아자동차 쏘렌토R도 대기 시간이 많이 걸리긴 마찬가지다. 선루프 등 옵션을 적용한 모델을 구입하면 3개월 정도 기다려야 한다. 지금까지 1만1300여대가 계약됐는데 실제 출고된 차가 3300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9379대로 올 들어 최고 판매실적을 냈던 경차 모닝 역시 계약 후 1~2개월 기다려야 차량을 받아볼 수 있다. 준중형 세단 포르테의 경우 현재 차량 출고를 기다리는 소비자가 4000여명에 달하지만 이달에도 5600여대가 새로 계약됐다. 문제는 계약대수가 갈수록 늘면서 출고적체 기간이 점차 길어진다는 점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작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하루 5000대까지 계약이 이뤄지는 등 요즘 매장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판매 부진으로 작년 말부터 부분 감산에 들어갔던 현대차 울산5공장 및 기아차 화성공장 등은 밀려드는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잔업시간을 늘리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인기 모델인 SM7의 출고대기 시간은 1개월 정도다. 재고가 많던 SM3 SM5 등은 지난달까지 5~10일만 기다리면 곧바로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평균 20일을 기다려야 한다.

출고적체 현상이 심화되자 각사 본사에 차량을 빨리 보내달라는 일선 영업점의 민원이 속출하고 있다. 개별소비세 30% 인하혜택 종료가 다음 달 말로 다가오면서 계약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어서다.

A사 영업본부 관계자는 "소비세 인하혜택의 경우 계약이 아닌 출고 기준으로 적용하기 때문에 차량을 늦게 받으면 수십만~수백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며 "차를 빨리 뽑아달라는 민원 전화가 쏟아져 정상적인 업무를 보기 힘들 정도"라고 전했다.

한편 현대차의 아반떼,쏘나타,그랜저 등과 기아차의 쏘울,로체 등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주문 후 보름 안에 차를 인도받을 수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