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업계가 친환경 자동차 동맹을 잇따라 결성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시장이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자동차 중심으로 재편될 것을 겨냥해 주도권을 잡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독일 폭스바겐은 중국 BYD와 하이브리드 및 전기자동차 부문에서 협력하는 내용의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5일 보도했다. BYD는 워런 버핏이 지난해 2억3000만달러를 투자해 10% 지분을 확보한 중국의 전기자동차업체다. 폭스바겐은 BYD의 기술력과 중국 시장의 성장성을 감안해 제휴를 결정했다. 폭스바겐은 산요전기 도시바에 이어 세 번째 전기차 협력파트너로 BYD를 택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에 하이브리드카의 핵심 기술을 지원할 방침이다. 도요타가 경쟁사인 GM에 하이브리드카 기술을 제공하기로 한 것은 도요타 기술을 사실상 세계표준으로 자리 잡게 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완성차업체와 벤처기업이 손을 잡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독일 다임러가 최근 실리콘밸리의 전기자동차 벤처기업인 테슬라의 지분 10%를 매입한 게 대표적이다. 앞서 지난 3월 말레이시아 최대 자동차업체인 프로톤은 전기차 특허기술을 보유한 미 디트로이트일렉트릭과 제휴 계약을 맺고 2012년에 2만3000~3만3000달러가격대의 전기차를 선보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 간의 제휴도 이뤄지고 있다. 미 포드는 캐나다 마그나인터내셔널과 전기차 개발에 나서고 있다. 마그나는 전기자동차용 모터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마그나는 러시아의 가즈자동차와 손잡고 GM의 독일 자회사 오펠 인수에 뛰어든 자동차 부품업체다. 포드는 또 영국의 스미스일렉트릭과 손잡고 전기로 가는 트럭을 개발,미국 시장에 출시하기로 한 상태다.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현지 정부와 손잡는 방식의 전기차 동맹도 등장했다. 일본 닛산과 프랑스의 르노자동차는 후베이성 우한시 정부와 무료로 전기차를 공급하고 충전소 설치에도 협력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닛산은 2011년까지 중국에 전기차 공장과 배터리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협력 지역을 베이징 등 다른 도시로도 점차 넓혀나갈 방침이다. 올 들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시장에 오른 중국에선 2020년이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가 승용차 시장의 10~2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