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투신 서거로 '초비상 모드'에 들어갔던 검찰이 초기의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며 수사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특히 임채진 검찰총장이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일 즉시 법무부에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사태 수습과 박연차 게이트 사건 마무리가 우선'이란 이유로 반려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깔끔히 마무리짓는 게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26일 대검청사에 정시 출근,부서별 보고를 받는 등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했다. 대검찰청은 또 전국 검찰청에 근무기강 확립 태세를 갖출 것을 지시하는 등 조직을 추스르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총장이 사의를 표명하지 않았다면 영결식이 끝나기도 전에 책임론에 휘말려 여론의 뭇매를 맞았을 텐데 사직서를 냈음에도 반려된 상황이라 최소한 수사를 마무리할 시간은 번 셈"이라고 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총장이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 검찰 조직 전체의 부담이 줄었다"며 "즉각적인 총장 사퇴와 수사팀 교체라는 후폭풍에 따른 혼란은 당장은 피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대검 중수부 수사팀은 노 전 대통령 영결식 이후 최대한 신속하게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마무리짓는 것이 검찰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라고 보고 수사 결과를 6월 초께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영결식이 29일 끝나면 곧바로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김학송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2~3명과 김태호 경남지사,부산고법 모 판사 등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들을 앞서 조사한 박관용 · 김원기 전 국회의장,박진 · 서갑원 의원,이택순 전 경찰청장 등과 함께 일괄 사법 처리할 계획이다. 검찰은 전국 각지에 설치된 정부 및 민간 분향소 주변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는지 주시하고 있으며,29일 영결식 행사가 불법 시위로 변질될 가능성에 대해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한편 검찰 내부에서는 현행 특수수사 관행의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검찰 이미지 쇄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박연차 게이트 수사 이후 검찰이 어떤 행보를 취할지 주목되고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