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카 시대가 본격 열린다. 현대자동차가 오는 7월 내연 엔진 외에 전기모터로도 달릴 수 있는 국산 첫 하이브리드카를 선보이고 10월쯤에는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 하이브리드카 신모델들이 연이어 국내에 상륙한다.

또 올 하반기부터는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카를 구매하면 최대 330만원까지 세금을 깎아주는 정부의 지원책도 시행될 예정이다. 지금껏 누적 판매량이 500대 안팎에 그칠 정도로 미미했던 국내 하이브리드카 시장이 본격적인 개화(開花)를 앞두고 있는 셈이다.

◆국산 하이브리드카 초읽기

최대 관심사는 7월과 9월에 각각 선보일 현대차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기아자동차 포르떼 LPI 하이브리드다. 두 모델 모두 LPG(액화석유가스) 모델로 LP가스를 액체 상태로 직분사하는 방식의 엔진을 장착했다. 연비는 가솔린 경차보다 높은 ℓ당 17.2㎞다. 여기다 휘발유 값의 60% 선인 LPG를 쓰기 때문에 연료비 부담은 더욱 낮아진다.

현대 · 기아차는 왜 휘발유 모델이 아닌 LPI 하이브리드카를 먼저 내놓을까? 여기에는 현대차의 고심이 담겨 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내년에 가솔린 하이브리드카를 내놓기 전에 일본차의 공세를 차단하는 동시에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살피기 위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차는 향후 프리우스 같은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도 선보일 계획이다.

소비자로서는 가격이 관건이다. 적극적인 그린카 정책을 추진 중인 지경부 관계자는 "개발비 등을 고려할 때 (7월 이후 세금 감면 혜택을 받더라도) 동급의 일반 차량보다 200만~300만원 정도 비싸지 않겠느냐"며 "하지만 3년 정도 타면 추가 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휘발유값 ℓ당 1600원,주행거리 2만㎞ 기준으로 연간 연료비를 따질 경우 아반떼 휘발유 모델은 213만원,아반떼 하이브리드는 123만원 정도가 든다. 하이브리드 모델을 타면 1년에 90만원을 아낄 수 있다.

◆일본 하이브리드카의 공세

올 하반기부터는 일본산(産) 신형 하이브리드카 모델까지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든다.

혼다코리아는 2007년 2월 공인 연비 ℓ당 23.2㎞의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4090만원)를 내놓은 데 이어 내년 하이브리드카 전용 모델 인사이트 신버전을 상륙시킬 계획이다. 인사이트는 지난달에 일본 판매량 1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킨 모델이다. 시빅 하이브리드와 배기량(1339cc)은 똑같지만 길이와 너비는 약간 작아졌다.

도요타는 올 10월에 3세대 프리우스를 국내에 선보인다. 1800cc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이 차의 연비는 일본 기준으로 ℓ당 38㎞에 달해 국내 기준으로도 23~25㎞에 이를 전망이다. 다만 비싼 가격이 부담이다. 프리우스(풀옵션)의 일본 판매가는 327만엔으로 지난 24일 환율 기준으로 4326만원에 이른다. 기본형은 205만엔(2712만원)이다. 혼다 인사이트의 기본형은 189만엔(2500만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등을 고려할 때 세금 감면 혜택을 받더라도 실제 구매 가격은 3000만원대 중 · 후반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브리드냐,디젤이냐

친환경차 시장이 뜨거워지면서 독일 등 유럽 자동차 메이커들도 분주해졌다. 유럽 업체들은 디젤 엔진이 온난화 가스 발생이 적을 뿐 아니라 연비 효율 측면에서도 하이브리드카를 오히려 능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영국 주간지인 선데이타임스는 도요타 프리우스 T 스프린트와 BMW 520d(1995cc 디젤 세단)를 비교 시승한 결과 프리우스가 동일 거리에서 약 43ℓ의 가솔린을 태운 데 비해 BMW의 연료 소모량은 41ℓ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BMW 520d의 국내 판매가는 6290만원,공인 연비는 ℓ당 15.9㎞다. 3140만원짜리 폭스바겐 제타 2.0 TDI도 연비가 ℓ당 17.3㎞에 달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콤팩트 세단인 C220 CDI 엘레강스는 ℓ당 12.9㎞의 연비에 가격은 4850만원이다.

독일 디젤차들은 가격 면에서 일본의 중소형 하이브리드카에 비해 비싸지만 엔진 출력,토크에서 우수한 성능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 일반적으론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주행에서는 하이브리드카가,뻥뚫린 고속도로 등 고속주행에서는 디젤차가 연비에서 유리하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 진동 및 소음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라면 하이브리드카를,드라이빙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디젤 엔진이 좋다"고 추천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