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년 빌리 듀런트가 뷰익을 인수하면서 시작된 GM의 100여년 역사가 최후를 맞고 있다. 운명의 날이 6월1일로 다가왔지만 자구계획안에 대한 채권단 합의를 끌어내지 못해 결국 파산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도요타에 그 자리를 내주기 전까지 70년 이상 세계 자동차업계 부동의 1위로,독일 오펠과 영국 복스홀,스웨덴 사브,호주 홀덴,일본 이스즈,우리나라 GM대우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지의 자회사를 통해 '해가 지지 않는 자동차왕국'을 구축했던 GM은 이제 이름만 남길 처지다.

어느 기업이든 쇠퇴하기 오래 전부터 그 조짐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더구나 GM의 경우 기업경영의 다양한 병적 증상과 위기요인들이 망라되어 있었다는 점만으로 이보다 더 훌륭한 반면교사(反面敎師)도 없을 것이다.

이미 GM에 대한 많은 분석과 실패사례로서의 연구가 이뤄져왔다. 기술개발지연,품질과 생산성 열세,시장동향 판단착오에 따른 경쟁력 약화,노조의 과도한 경영참여와 지나친 복지비용 지출,CEO(최고경영자) 리더십 부재 등의 문제점들을 모두 안고 있었고,그것이 거대기업을 쇠락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는 것이다.

GM은 1990년대에 연구개발 생산 판매 애프터서비스 등 자동차의 핵심적인 가치사슬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다. 시보레 디자인을 바꾸는 데 무려 9년이나 걸릴 정도로 신차개발이 늦었고,2004년의 경우 한 해 동안 전체 자동차 생산량 800여만대보다 훨씬 많은 1100만대를 리콜했어야 할 만큼 품질은 엉망으로 치달았다.

위기를 가중시킨 최대 요인으로 대립적 노사관계가 지목되고 있는 데에는 이론(異論)이 없다. 수익률과 무관하게 매년 종업원들의 임금이 인상됐고,구조조정과 해외 공장이전은 노조의 동의가 전제조건이었다. 회사가 손해를 내도 공장가동률은 무조건 80% 이상 유지하고,해고된 종업원에 대해 5년간 평균임금의 95%를 지급해야 했다.

유산비용(legacy cost)제도의 악명에 대해서는 익히 알려진 바다. 종업원은 물론 퇴직자와 그 가족에게 회사는 종신토록 연금과 의료보험을 지급해야 하는 의무를 졌다. 2006년의 경우 종업원은 8만명인데 회사가 의료보험을 부담하는 퇴직자와 부양가족은 43만명을 넘고,그 돈은 생산하는 자동차 1대당 1500달러 꼴이었다고 한다.

이런 지경까지 오도록 방치된 경영책임은 결국 무능했던 CEO들의 몫일 것이다. 역대 CEO들은 제품 경쟁력 제고보다는 끊임없는 M&A(인수합병)로 덩치를 키우는 데 골몰했다. 무엇보다 지난 20여년 동안 GM CEO들의 관심영역은 자동차보다 금융이었다. 1980년 이후의 로저 스미스와 잭 스미스,최근의 릭 왜고너에 이르기까지,90년대 초 잠시 CEO자리에 있다 축출된 로버트 스템펠을 제외하고는 모두 재무 · 금융 전문가였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자동차사업은 손익균형,금융사업에서 흑자'모델을 추구했고,할부금융 자회사인 GMAC의 비대화로 이어진 것은 필연이다. 당장에는 GMAC가 자동차부문의 손실을 메워주는 효자기업이었다. 할부금융을 통한 자동차 수요창출이 효과를 거두었고,2000년대 과열분위기를 탄 모기지대출 시장에서의 영역 확대가 쉽게 돈을 벌어준 것이다. 하지만 그 금융의 무절제한 확장이 금융위기 이후 회사를 덮치는 거대한 부메랑으로 되돌아 온것 또한 순식간의 일이었다.

GMAC가 한참 돈을 벌던 시절 업계에서는 GM을 '자동차 만드는 은행'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이때부터 GM은 사실상 '망해가는 자동차기업'이었을 것이다. 이 본말(本末)이 전도된 경영에서 몰락의 이유를 찾는다면,GM의 실패가 말하는 것은 명백하다. 어느 기업이든 정체성과 본업(本業)경쟁력을 상실하고는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논설실장 kunn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