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인수 · 합병(M&A) 과정에서 적정한 인수가격을 찾기 위해 수백 또는 수천만달러의 자문료를 주고 투자은행을 고용한다. 이들은 각종 현란한 기업가치 산정 방법을 동원해 '과학적'으로 적정 인수가격을 계산해낸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주당 인수가격이 '최근 52주 최고가'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통상 인수 제안을 받은 기업의 이사진들은 제안 가격이 52주 최고가를 넘지 못하면 못마땅해 하고, 자문을 맡은 투자은행들도 인수가격을 52주 최고가보다 더 지급해야 하는지,아니면 이보다 적게 줘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이는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이 1984~2007년 이뤄진 7500건의 M&A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입증된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확히 52주 최고가에서 인수가격이 결정된 거래가 가장 많았으며,5분의 3은 52주 최고가보다 높은 가격에서 M&A가 이뤄졌다.

이상적인 상황이라면 인수가격은 인수 대상 기업의 미래 가치에 따라 결정돼야 하기 때문에 52주 최고가보다 높을 수도,낮을 수도 있다. 과거에 거래된 가격이 미래 기업가치를 그대로 반영하진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인수가격이 52주 최고가 주변에 밀집해 분포돼 있다. 이 연구를 진행한 말콤 베이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상당수 거래는 대략적인 조건들이 미리 정해지고 가격 조건은 나중에 채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또 52주 최고가가 10% 오를 때마다 인수가격 프리미엄이 3%씩 오른다는 결과도 내놨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