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1 천연감옥 청령포

단종을 빼고 영월을 말할 수는 없다. 청령포부터 찾아보자.중앙고속도로 제천나들목을 내려서 38번 국도를 따라 읍내로 들어가면 청령포가 나온다. 1457년 6월 조선 6대 임금 단종이 숙부인 수양대군(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노산군으로 강봉되어 유배되었던 곳이다. 단종은 이곳 청령포에서 두 달을 머물렀다. 그해 7월 백중날 홍수가 나 어소가 떠내려 가면서 읍내 객사 관풍헌으로 처소를 옮겼는데 금성대군의 단종 복위 계획이 탄로나 그해 10월 17세의 나이로 사사됐다.

강물이 크게 휘돌아 나가는 청령포는 험준한 육육봉으로 막혀 섬처럼 고립돼 있다. 그 한가운데 승정원일기를 토대로 복원한 어가와 행랑채가 나지막한 담에 둘러싸여 있다. 단종 어가는 원래 마당 한가운데,영조가 친필로 세운 단묘유지비 자리에 있었다고 한다. 주위 소나무들의 자세가 예사롭지 않다. "소나무들이 어소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것 같지 않느냐"는 김은영 문화관광해설사의 말대로 대부분의 소나무가 어소를 향해 기울어 있는 것 같다. 담장 너머로 90도 각도로 굽은 '충절의 소나무'도 보인다.

이 일대는 700그루의 금강송이 숲을 이루고 있는데 단종의 사연을 기억하고 있는 금강송이 딱 한 그루 남아 있다. 수령 630년으로 추정되는 '관음송'(천연기념물 349호)이다. 이 관음송은 두 갈래로 갈라진 곳에 앉아 쉬던 단종의 비참한 생활을 보고,오열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금표비는 원래 청령포의 경계를 짐작하게 한다. 영조 2년에 세운 금표비는 유배지를 보호하기 위해 백성들의 출입을 금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당시에는 금표비 바로 아래에 나루터가 있었다고 한다. 건너편 나루터에는 단종에게 사약을 전하고 돌아가는 길에 비통한 심정으로 읊었다는 금부도사 왕방연의 시조비가 있다.

Take 2 장릉과 찬반도지형 마을

장릉은 단종의 유택이다. 사약을 받은 단종의 주검은 강물에 버려졌다. 후환이 두려워 아무도 그 주검을 수습하는 이가 없었는데 영월 호장 엄흥도가 죽음을 무릅쓰고 시신을 거두어 현재의 능이 있는 곳에 암장하고는 숨어 살았다고 한다. 능 자리는 인기척에 놀라 달아난 한 마리 노루가 앉았던 자리라고 전해진다. 능은 제법 높은 산 언덕에 위치해 있다. 다른 왕릉처럼 크고 위압적이지 않다. 이갑순 문화관광해설사는 "한이 많은 곳은 기가 세다"며 "경건한 마음으로 참배하면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고 말했다.

장릉에서 선돌이 있는 소나기재를 넘어 서면 쪽으로 향하면 한반도 지형으로 유명한 선암마을이 나온다. 우리 땅을 축소해 옮겨 놓은 것 같은 풍경이 그림 같다. 강을 끼고 동쪽은 높은 절벽에 나무가 울창하고 서쪽은 경사가 완만해 평지에 가깝다. 북쪽의 백두산,포항의 호미곶 등 어디 한곳 어긋나는 데가 없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자연공부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겠다. 선암마을 관람대로 가는 길에 태백제비꽃,동이나물,참나물,사위질빵나물,광대싸리,산초,솜나물 등 우리 들꽃과 나물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Take 3 박물관 또 박물관

영월에는 박물관이 많다. 지난해 지식경제부로부터 전국 유일의 '박물관 고을 특구'로 지정됐다. 최근 개관한 아프리카박물관까지 17개의 크고 작은 박물관이 있어 주제에 따라 여행 일정을 짤 수 있다. 놀다 보면 공부가 절로 되니까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여행에 제격이다.

군청 바로 앞의 동강사진박물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공립사진박물관.7일까지 열리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유리건판 궁궐사진전이 흥미롭다. 요선정 근처의 호야지리박물관은 지리선생님이었던 양재룡씨가 세운 국내 최초의 지리정보 전문 박물관.독도가 한국 고유의 영토였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고지도 등 지리 관련 희귀자료가 전시돼 있다. 광개토대왕 비문 실물 탁본도 전시 중이다. 영월 지리트레킹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해발 800m 봉래산 꼭대기에 자리한 별마로 천문대도 필수코스.우리 하늘의 별자리를 관찰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천체투영실에서 별자리를 찾는 방법을 익히고 각 별자리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도 즐겁다.

영월=글·사진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여행 TIP

서울에서 경부·중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여주 휴게소~중부내륙고속도로~감곡나들목~38번 국도~제천~영월 시내.주천쪽으로 가려면 영동고속도로~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신림나들목~88번 지방도를 탄다. 동서울 터미널(1일 12회)과 강남 센트럴시티 터미널(1일 5회)에서 영월행 버스가 다닌다.

숙소로는 청령포 유원지 내의 리버텔가든(033-375-8801),전통 구들 황토집인 북면의 황토민박(011-9946-4578),래프팅과 트레킹을 쉽게 즐길 수 있는 콘도형 펜션 동강힐하우스(033-375-1777),통나무펜션인 별빛좋은펜션(033-372-7777) 등이 알려졌다. 리버텔가든의 곤드레국밥,청산회관(033-374-3030)의 곤드레나물밥,주천묵집(033-372-3800)의 메밀묵밥,강원토속분식(033-372-9014)의 칡국수,다슬기향촌(성호식당 033-374-3215)의 다슬기해장국이 별미.주천면 다하누마을(1577-5330)은 한우천국이다. 정육코너(고기 사는 곳)에서 당일 도축한 1등급 쇠고기를 사 근처 식당에서 상차림비(1인당 2500원)를 내고 구이나 육회로 맛볼 수 있다. 모둠고기 300g 1만4000원,육회 300g 8000원,등심 150g 9750원.영월군청 문화관광과(033)370-2032,//ywtour.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