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혼곡 교향곡 '정주영 레퀴엠' 슬픈 서울을 휘어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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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前대통령 영결식날 예술의전당서 아시아 초연
"'정주영 레퀴엠'으로 알려진 진혼교향곡은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뿐 아니라 다른 영웅들에게도 헌정하는 음악입니다. 이 곡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날 연주된다고 하니 더욱 뜻 깊네요. "
작곡가 류재준씨(41)는 29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제1회 서울국제음악제에서 자신이 작곡한 '진혼교향곡'의 아시아지역 초연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진혼교향곡'은 2001년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타계 직후 고인의 여덟 번째 아들인 정몽일 현대기업금융 회장의 의뢰로 2007년에 완성된 작품.지난해 폴란드의 베토벤 부활절 페스티벌에서 초연,10여분간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지난 4월에는 유명 음반사인 낙소스가 음반으로 출시했다.
류씨는 "세계적 작곡가들은 진혼곡을 전성기 이후에 작곡하기 때문에 처음 위촉을 받고 고민이 많았다"며 "하지만 당시 백혈병을 앓고 있어 내 마지막 작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작곡에 임했다"고 밝혔다.
그가 6년 이상 진혼곡을 완성하지 못한 채 매달렸던 것은 곡이 헌정할 정도로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그러나 지금은 40여분의 곡을 음표 하나하나 똑같이 쓸 만큼 가장 애착이 가는 곡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완성이 늦어진 것은 피아노 연주가 서투른 탓도 있다. 1분짜리 곡을 만드는 데 1시간 이상 필요해 다른 작곡가보다 작곡 시간이 배 이상 걸린다. 이에 대해 류씨는 "피아노를 잘 치지 못하기 때문에 기존의 음 이상의 것을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에서 강석희 교수(작곡과)를 사사한 류씨는 폴란드 출신의 거장 펜데레츠키의 애제자로도 유명하다. 1993년 '생존하는 최고 작곡가'로 추앙받던 펜데레츠키를 찾아갔지만 세 번이나 거절당하고 우여곡절 끝에 2년간 스승으로 모실 수 있었다.
"펜데레츠키 선생님은 작곡법을 가르쳐 주시기보다는 세계 각국으로 저를 데리고 다니면서 세계적인 연주자들의 연주를 듣게 하고 유명 예술가와 정치가 등을 만나게 해주셨어요. 제 안에 영감을 심어주는 방식으로 스스로 작곡하도록 이끌어 주셨지요. "
30일까지 열리는 제1회 서울국제음악제에서 류씨가 예술감독을 맡은 배경에는 작년 '진혼교향곡' 연주회에서 당시 국제음악제를 준비하던 임성준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을 만났던 인연이 있다. 캐나다,이집트 대사 등을 지낸 임 이사장은 류씨의 교향곡에 흠뻑 빠진 유럽 왕족과 고위 인사의 모습을 잊을 수 없었다. 외교활동으로 불가능했던 일을 류씨의 음악이 해결하는 것을 보고 감동받았다고 한다.
류씨는 "국내 음악제들은 매년 비슷한 레퍼토리를 선보인다"며 "그러나 서울국제음악제는 고전과 현대음악을 아우르는 특색 있는 음악제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국제음악제는 29일 류씨의 '진혼교향곡' 공연에 이어 30일 펜데레츠키 지휘로 교향곡 8번 등을 들려준다.
글=김주완/사진=정동헌 기자 kjwan@hankyung.com
작곡가 류재준씨(41)는 29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제1회 서울국제음악제에서 자신이 작곡한 '진혼교향곡'의 아시아지역 초연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진혼교향곡'은 2001년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타계 직후 고인의 여덟 번째 아들인 정몽일 현대기업금융 회장의 의뢰로 2007년에 완성된 작품.지난해 폴란드의 베토벤 부활절 페스티벌에서 초연,10여분간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지난 4월에는 유명 음반사인 낙소스가 음반으로 출시했다.
류씨는 "세계적 작곡가들은 진혼곡을 전성기 이후에 작곡하기 때문에 처음 위촉을 받고 고민이 많았다"며 "하지만 당시 백혈병을 앓고 있어 내 마지막 작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작곡에 임했다"고 밝혔다.
그가 6년 이상 진혼곡을 완성하지 못한 채 매달렸던 것은 곡이 헌정할 정도로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그러나 지금은 40여분의 곡을 음표 하나하나 똑같이 쓸 만큼 가장 애착이 가는 곡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완성이 늦어진 것은 피아노 연주가 서투른 탓도 있다. 1분짜리 곡을 만드는 데 1시간 이상 필요해 다른 작곡가보다 작곡 시간이 배 이상 걸린다. 이에 대해 류씨는 "피아노를 잘 치지 못하기 때문에 기존의 음 이상의 것을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에서 강석희 교수(작곡과)를 사사한 류씨는 폴란드 출신의 거장 펜데레츠키의 애제자로도 유명하다. 1993년 '생존하는 최고 작곡가'로 추앙받던 펜데레츠키를 찾아갔지만 세 번이나 거절당하고 우여곡절 끝에 2년간 스승으로 모실 수 있었다.
"펜데레츠키 선생님은 작곡법을 가르쳐 주시기보다는 세계 각국으로 저를 데리고 다니면서 세계적인 연주자들의 연주를 듣게 하고 유명 예술가와 정치가 등을 만나게 해주셨어요. 제 안에 영감을 심어주는 방식으로 스스로 작곡하도록 이끌어 주셨지요. "
30일까지 열리는 제1회 서울국제음악제에서 류씨가 예술감독을 맡은 배경에는 작년 '진혼교향곡' 연주회에서 당시 국제음악제를 준비하던 임성준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을 만났던 인연이 있다. 캐나다,이집트 대사 등을 지낸 임 이사장은 류씨의 교향곡에 흠뻑 빠진 유럽 왕족과 고위 인사의 모습을 잊을 수 없었다. 외교활동으로 불가능했던 일을 류씨의 음악이 해결하는 것을 보고 감동받았다고 한다.
류씨는 "국내 음악제들은 매년 비슷한 레퍼토리를 선보인다"며 "그러나 서울국제음악제는 고전과 현대음악을 아우르는 특색 있는 음악제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국제음악제는 29일 류씨의 '진혼교향곡' 공연에 이어 30일 펜데레츠키 지휘로 교향곡 8번 등을 들려준다.
글=김주완/사진=정동헌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