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에서 열린 노제에는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다.

노제는 시민들이 세종로와 태평로를 가득 메운 가운데 경복궁에서 영결식을 마치고 나온 장의행렬이 오후 1시20분께 서울광장에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노제 총감독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해동조선 대한민국 제16대 노무현 대통령 복복복"을 외치며 영혼을 부르는 초혼의식을 거행하자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을 함께 연호했고 일부 시민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어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안도현 시인과 김진경 시인의 조시 낭독과 안숙선 명창의 조창 등 추모행사가 진행됐다. 노 전 대통령을 떠나 보내기 직전 시민들은 묵념을 하기위해 일제히 일어나 고개를 떨군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날 노제는 2시께 운구행렬이 시민들이 노 전 대통령이 평소 즐겨부른 것으로 알려진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를 부르는 가운데 서울역으로 떠나면서 마무리됐다. 운구행렬이 거대한 인파를 뚫고 서울역으로 서서히 움직이는 동안 시민들은 '사랑합니다'를 연이어 외쳤고 일부는 서울역까지 운구행렬을 따르기도 했다.

시민들은 서울광장이 개방된 오전 7시40분께 노제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 등은 운구행렬이 지나갈 경복궁부터 서울역까지 3.2㎞의 도로에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색 풍선을 매달았다. 시민들도 자발적으로 노란색 넥타이와 머리끈,티셔츠 등을 착용해 서울광장은 온통 노란 물결을 이뤘다.

시민들은 노제에 앞서 진행된 사전행사에서도 가수 양희은 안치환 윤도현 등이 부르는 추모 노래를 따라 부르고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보며 긴 시간 노 전 대통령의 넋을 기렸다. 점심시간에는 주변 직장인들도 전광판 앞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어 행사 장면을 지켜봤다. 직장인 송승엽씨(34)는 "힘이 돼 드리지 못해 죄책감도 들지만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함께 뜻을 같이 해서 다소나마 위안을 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광장에서 노제를 마치고 오후 2시께 서울역으로 향한 장의행렬에는 2000여개의 만장이 뒤따랐다. 만장에는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그리운 당신은 영원한 대통령'등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리는 내용의 글이 담겼다. 유족과 장의위원회,불교계가 마련한 형형색색의 이 만장들은 인터넷 공모를 통해 선발된 시민 2000명이 들었다.

노란 신발을 신고 노란 티셔츠에 노란 넥타이를 매고 개별적으로 만장을 준비해 들고 나온 박병준씨(30)는 "노 전 대통령께 진심을 담아 마지막으로 드릴 말씀을 밤새 생각했다"며 "'편히 쉬소서'라고 만장에 적은 것처럼 이젠 하늘나라에서나마 행복하셨으면 좋겠다"며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이날 만장은 깃대로 사용될 대나무가 경찰과 정부 당국의 요청에 의해 플라스틱으로 교체됐다는 소식이 들리며 한때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정부는 위험한 시위 용품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불교의례에 맞춰 제작된 대나무 만장을 영결식 하루 전인 28일 금지시켰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최근 시위에서 등장한 죽창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불교계 관계자들은 "대나무를 플라스틱으로 바꾸라고 한 것은 만장의 진정한 의미를 퇴색시키는 일"이라며 "만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나무 깃대를 인공 PVC로 바꾸면 진정한 만장으로 볼 수 없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서보미/김일규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