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前대통령 국민장] 당신의 눈썹에 박혀있는 흉터, 초롱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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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靈前에
그때 / 저는 이끼낀 쇼핑백을 들고 있었습니다
그때 / 당신이 '상록수' 노래를 부르며 어둑어둑한 세상과 싸우고 계실 때
그때 / 저는 잿빛 불평만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 당신이 행렬의 처음에 서서 빛나는 어깨띠를 추스르고 계실 때
당신이 훨훨훨훨 민주의 자전거를 달리고 계실 때
그때 / 저는 떨어지는 빗방울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 당신이 결코 찢어지지 않는 우산을 만들고 계실 때
그때 / 저는 그림자나 후벼파고 있었습니다
그때 / 당신이 고개 깊이 기울여 이 땅의 참된 진보주의 연구를 하고 계실 때
그때 / 저는 흐린 한숨만 쉬고 있었습니다
그때 / 당신이 사라지는 별들을 모아 모든 굳건한 벽에 노란 풍선으로 매달고 계실 때
그때 / 저는 마음대로 안되는 세상에 대고 삿대질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 당신이 고향의 흙들에 살풋살풋 생명의 김을 쐬어주고 계실 때
그때 / 저는 검은 욕망들의 오만한 가슴 앞에서 부질없는 한숨만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 당신이 살찐 권위주의를 내려놓고 검은 섬의 넥타이를 풀고 계실 때
그때 / 저는 푸념의 문만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 당신이 고향마을의 작은 꽃들과 부엉이 바위의 아름다운 몸매를 세상 사람들에게 조곤조곤 말씀하고 계실 때
그때 / 저는 저만치 서 있는 사랑의 뺨을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그때 / 당신이 사랑의 긴 어깨를 쓰다듬고 계실 때
길이 길을 만든다네,사람이 길을 만들고 저기 지나가네,라고 외치고 계실 때
지금쯤 어디 도착하셨습니까
그럼요,죽음은 삶이지요,그럼요,불멸이지요
거기 하늘은 어떠신지요?
사람사는 세상이 보이시는지요?
시간의 아이들이 하늘 우러르는 모양,보이시는지요?
참 고독하셨군요. 그래서 그렇게 인터넷을 들여다보고 계셨군요
당신의 눈썹에 박혀있는 흉터가 초롱불처럼 고독의 이마 위에 켜졌습니다.
이제 당신은 이겼습니다.
역사가 시간에 업혀 당신에게 담배를 물리고 있습니다.
그 깊은 연기 앞에 한없이 무릎 꿇습니다.
눈뜨소서,눈뜨소서
푸른 님이여,향기로운 님의 꿈이여
2009년 5월 푸르른 날에 삼가 강은교(시인) 올림
그때 / 당신이 '상록수' 노래를 부르며 어둑어둑한 세상과 싸우고 계실 때
그때 / 저는 잿빛 불평만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 당신이 행렬의 처음에 서서 빛나는 어깨띠를 추스르고 계실 때
당신이 훨훨훨훨 민주의 자전거를 달리고 계실 때
그때 / 저는 떨어지는 빗방울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 당신이 결코 찢어지지 않는 우산을 만들고 계실 때
그때 / 저는 그림자나 후벼파고 있었습니다
그때 / 당신이 고개 깊이 기울여 이 땅의 참된 진보주의 연구를 하고 계실 때
그때 / 저는 흐린 한숨만 쉬고 있었습니다
그때 / 당신이 사라지는 별들을 모아 모든 굳건한 벽에 노란 풍선으로 매달고 계실 때
그때 / 저는 마음대로 안되는 세상에 대고 삿대질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 당신이 고향의 흙들에 살풋살풋 생명의 김을 쐬어주고 계실 때
그때 / 저는 검은 욕망들의 오만한 가슴 앞에서 부질없는 한숨만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 당신이 살찐 권위주의를 내려놓고 검은 섬의 넥타이를 풀고 계실 때
그때 / 저는 푸념의 문만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 당신이 고향마을의 작은 꽃들과 부엉이 바위의 아름다운 몸매를 세상 사람들에게 조곤조곤 말씀하고 계실 때
그때 / 저는 저만치 서 있는 사랑의 뺨을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그때 / 당신이 사랑의 긴 어깨를 쓰다듬고 계실 때
길이 길을 만든다네,사람이 길을 만들고 저기 지나가네,라고 외치고 계실 때
지금쯤 어디 도착하셨습니까
그럼요,죽음은 삶이지요,그럼요,불멸이지요
거기 하늘은 어떠신지요?
사람사는 세상이 보이시는지요?
시간의 아이들이 하늘 우러르는 모양,보이시는지요?
참 고독하셨군요. 그래서 그렇게 인터넷을 들여다보고 계셨군요
당신의 눈썹에 박혀있는 흉터가 초롱불처럼 고독의 이마 위에 켜졌습니다.
이제 당신은 이겼습니다.
역사가 시간에 업혀 당신에게 담배를 물리고 있습니다.
그 깊은 연기 앞에 한없이 무릎 꿇습니다.
눈뜨소서,눈뜨소서
푸른 님이여,향기로운 님의 꿈이여
2009년 5월 푸르른 날에 삼가 강은교(시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