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본드''판다본드''쇼군본드'.

금융시장에서 사용되는 채권의 별칭들이다. 채권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딜러들이 발행 업체의 국적과 사용하는 통화 등의 정보를 빨리 주고받기 위해 이같이 임의로 이름을 붙여 사용하고 있다. 이 중 일부는 교과서에까지 오를 정도로 폭넓게 통용된다.

'아리랑본드'는 외국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원화로 발행 · 판매하는 채권을 말한다. 1995년 아시아개발은행이 800억원 규모의 원화 채권을 발행할 때 당시 주간사였던 한국산업증권이 일반인 공모에서 사용한 것이 효시다.

'김치본드'는 아리랑본드와 마찬가지로 외국 기업이 국내에서 발행하는 채권이지만 원화가 아닌 달러화 또는 유로화 등 외국 통화로 발행된다는 점이 다르다. 지금은 파산한 베어스턴스가 2006년 달러화 표시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그렇지만 아리랑본드나 김치본드는 사실 그리 흔하게 볼 수 있는 채권은 아니다. 외국 기업들이 국내에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달러화가 해외로 유출되는 것이어서 투자자들도 꺼린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달러화로 발행하는 채권은 '양키본드',일본에서 엔화로 발행하는 채권은 '사무라이본드'로 불린다. 일본의 경우 김치본드처럼 외국 기업이 엔화가 아닌 해외 통화로 발행하는 채권은 따로 '쇼군펀드'라고 한다. 이는 간혹 '게이샤본드'로 불리기도 한다. 모두 일본 고유의 전통을 반영한 이름들이다.

네덜란드에서는 외국 기업 채권을 이 나라 태생의 유명 화가 이름을 따 '렘브란트본드'로 부른다.

이 밖에도 해외 시장에서는 채권 별칭이 꽤 많다.

최근 중국 정부가 홍콩의 HSBC와 동아은행에 발행을 허용했던 위안화 표시 채권은 '판다본드'로 불린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의 판다를 본뜬 명칭이다.

외국 기업들이 다른 나라에서 발행하는 채권 가운데 동물의 이름을 딴 별칭으로는 호주의 '캥거루본드'와 런던 금융시장에서 파운드화로 발행되는 '불독펀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