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강덕수 회장이 STX에너지와 STX중공업의 내년 기업공개(IPO) 계획을 밝히면서 시장에선 STX가 보유한 투자 주식 가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STX는 STX에너지 47.4%를 비롯해 STX조선해양(35.7%) STX엔진(26.6%) 등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STX조선해양은 STX중공업 지분 94.1%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1분기 말 기준 STX의 지분법 적용 투자 주식의 장부가치는 1조943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상장사인 STX조선해양과 STX엔진 주식시세를 반영하고 비상장사의 향후 IPO 추진을 감안하면 투자자산 가치는 장부가를 훌쩍 넘어설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지주사 변신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지분법 적용 투자 주식이 전체 자산의 절반을 넘어서게 되면 지주회사 요건이 충족된다. 지난 1분기 STX 자산 규모는 2조2425억원으로 투자 주식 비중은 45%를 웃돌았다. 전용기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지주사로 바뀌게 되면 자회사의 배당소득에 대해 세금이 감면되는 등 회사가치를 높이는 요소들이 많이 생긴다"며 "계열사 간 순환출자 등을 풀어야 해 현재로선 시기를 예측하긴 어렵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선 매력적인 투자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전 연구위원은 또 "지난 주말 시가총액은 투자주식의 장부가치에도 못 미치는 1조505억원에 불과했다"며 "아직 STX 주가는 저평가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조선 · 해운경기가 침체에 빠진 데다 환율 급등까지 겹치며 1분기 실적은 부진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7% 감소한 4394억원,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적자 전환하며 각각 119억원과 418억원의 손실을 나타냈다. 업황 침체 탓에 계열사들이 대거 적자를 보여 지분법 손실이 228억원가량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이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조선과 해운업황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앞으로 이를 어떻게 잘 헤쳐나가는지가 중요하다"며 "IPO를 통해 현금을 확보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계열사 매각과 같은 적극적인 구조조정도 시장에선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주말 주가는 2만6300원으로 끝나 올 들어 60% 이상 오른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 4월 한 달 동안 54.2% 주가가 급등한 뒤 5월엔 15.9%가량 하락해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
STX는 지난해 10~11월 기관이 대량 매도에 나서며 50% 이상 주가가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다소 큰 점이 투자 변수로 꼽힌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당시 주가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꼽혔던 기관 매물 부담이 해소된 상태"라며 "두산엔진 보유 지분이 전량 매각됐고 제버란트레이딩도 대부분의 지분을 처분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