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前대통령 국민장] "여보, 바위같이 당신 곁을 지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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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부사'가 된 권양숙 여사의 7년전 편지
"여보,끝까지 힘내세요. 30여년 당신 곁을 지켜 온 바위같이 앞으로도 곁을 지키고 있겠습니다. "
권양숙 여사가 7년 전에 쓴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나 보낸 29일 그의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에 올라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 편지는 2002년 11월9일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두고 마음 고생이 심했던 남편을 응원한 글이었지만,이제는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다 홀연히 떠나간 남편을 그리워하는 '망부사(亡夫詞)'가 됐다.
이 편지는 공교롭게도 뜻밖의 남편 죽음에 맞닥뜨려 망연자실한 듯한 미망인의 애절한 심경을 곳곳에 담고 있어 마치 노 전 대통령을 보내는 고별사로 느껴질 정도다.
"여보 힘드시죠? 항상 강한 줄만 알았던 당신이 국민들이 한푼 두푼 모은 금쪽 같은 희망돼지 저금통을 받고는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그날 당신 곁에 서 있는 동안 정치를 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을 사랑하고 희망을 주는 일이라는 것을,그리고 힘들어도 그 길은 가야만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여보 끝까지 힘내세요. "
그러면서 권 여사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사랑하는 아내를 버려야 한다면 차라리 대통령을 안 하겠다고 당당히 말하던 당신,무뚝뚝하기만 하던 당신의 속 깊은 사랑에 말없이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라고 추억했다.
서거 당일 새벽을 연상시키는 대목에서는 읽는 이를 숙연케 했다. "새벽에 잠시 눈을 붙이고 집을 나서는 당신 뒷모습을 오랫동안 쳐다보았습니다. 그동안 당신과 제게 많은 시련과 역경이 스치고 지나갔지만 씩씩하던 그 걸음걸이는 여전하더군요. "
권 여사는 발인식이 열린 이날 오전 5시쯤 노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서 "여보,여보…"를 애타게 외치며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 냈다. 권 여사의 눈물에는 남편을 돌아올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나보내는 안타까움과 그리움,미안함이 뒤엉켜 있었다. 권 여사는 7년 전 다짐대로 남편의 숨결이 깃든 봉하마을을 굳게 지킬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홈페이지에는 9만명의 누리꾼이 다녀갔다. 한 누리꾼은 "두 분이 봉하마을에서 그동안 못 나눴던 부부의 정을 실컷 나눴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또다른 누리꾼은 "두 분이 정신적으로 서로 의지하는 참 좋은 동반자였던 것 같다"며 "권여사 힘내세요"라는 글을 남겼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