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쌀 시장 조기개방 논란…쌀시장 조기개방 외국 사례
관세화 방식의 쌀 시장 개방은 어떤 결과를 낳을까. 득(得)과 실(失)을 정확하게 예상하기는 힘들지만 일본과 대만의 전례(前例)를 통해 어느 정도 짐작해볼 수 있다.

일본은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에서 쌀 시장 개방 시기를 2001년으로 늦췄다. 대신 1995년부터 6년간 일정 규모의 의무수입물량을 들여오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했다. 1995년에는 국내 쌀 소비량의 4%인 42만6000t을 수입하고 이후 매년 8만여t씩 늘려 2000년 85만2000t(국내 쌀 소비량의 8%)을 해외에서 의무적으로 수입한다는 계획이었다.

일본은 그러나 당초 시장 개방 예정 시점보다 2년 앞선 1999년 4월 쌀 조기 관세화 조치를 취했다. 의무수입 물량이 매년 늘어난 영향으로 자국 내 쌀 시장에서 공급 과잉이 가중되고 이에 따른 재고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시장 개방에 따른 자국 농업의 경쟁력 약화도 우려됐지만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 그 영향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실제 시장 개방 첫해인 1999년 일본은 수입산 쌀에 ㎏당 351.2엔(2000년 이후에는 341엔)의 관세를 매겼다. 이는 가격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600%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입산 쌀 가격은 일본 국내산보다 1.5~1.6배가량 높게 책정됐다. 그 결과 사실상 쌀 수입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개방 첫해인 1999년 쌀 수입 물량은 225t에 불과했다. 당시 일본의 연간 쌀 소비량이 1000만여t인 점을 감안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2000년부터 2006년까지 7년간 일본의 쌀 수입 물량은 930t에 그쳤다. 그나마 이 물량도 자국 내 거주하는 외국인용이나 식품 · 가공산업에 필요한 시험용으로 수입됐을 뿐이다. 이런 점에서 일본의 쌀 시장 개방은 성공작이란 평가를 받는다.

대만도 쌀 시장을 예정보다 앞당겨 개방했다. 2002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대만은 그해 1년간 14만4720t을 의무 수입하는 대신 시장 개방 문제는 2003년에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다가 개방 시기를 늦추는 것보다 고율의 관세를 매기는 방식으로 시장을 개방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2003년 쌀 시장을 전면 개방했다. 대만은 당시 일본과 마찬가지로 수입산 쌀에 ㎏당 45NT달러(가격기준으로는 562%)의 관세를 매겼다. 그러나 대만은 개방 첫해인 2003년 일부 혼선을 빚기도 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자국산보다 수입산 쌀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여기에 유통업자들이 시장 개방에 따른 쌀 수입 급증을 우려해 재고 물량을 대거 방출하면서 자국산 쌀 가격이 2002년 ㎏당 18.5NT달러에서 2003년 ㎏당 15.5NT달러로 떨어졌다. 대만 정부는 이에 따라 쌀 농가에 가격 하락분만큼의 보조금을 주고 쌀 수입에 따른 피해구제기금을 확대하는 조치를 취해야 했다.

하지만 2004년부터 쌀 가격이 개방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고 의무수입물량 외의 민간의 쌀 수입 물량도 극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