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 엄모씨(35)는 며칠 전 온라인 사이트에서 타이틀리스트의 '프로 V1' 골프볼을 저렴하게 구입한 뒤 라운드에 나섰다가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클럽헤드 가운데에 제대로 맞은 볼이 잘 날아가는 듯하더니 비행 도중에 뚝 떨어진 것.'실수였겠지!' 하면서 다시 쳐봤지만 결과는 같았다. 그뿐 아니었다.

그가 가장 자신 있어 하던 그린에서도 평소와 다른 '감'이 느껴졌고,당연히 퍼트도 잘 되지 않았다. 그는 동반자와 자신의 프로 V1 볼을 비교해 보았다. 육안으로도 두 볼이 다르다는 것을 곧 알 수 있었다. 결국 자신이 구입한 볼은 정품이 아닌 '가짜 볼'이었음을 확인하고 후회하고 말았다.

골퍼들에게 인기가 많은 프로 V1의 가짜 볼이 대량 유통되고 있다. 가격이 싸기 때문에 골퍼들이 '혹'할 수 있으나 정품에 비해 성능이나 내구성 등이 턱없이 떨어지기 때문에 주의가 요망된다.

◆위조품은 어디에서 유통되는가

온라인 골프숍이나 인터넷 사이트에서 주로 매매된다. 실제로 보고 만져보지 않으면 구별할 수 없다는 것과 나중에 가짜 볼이라는 것을 알더라도 추적이나 환불이 어렵다는 맹점을 이용한 것이다. 위조품은 주로 중국에서 완제품으로 제작돼 들여온다.

그러나 '레인지(연습장용) 볼'로 수입한 뒤 국내에서 프로 V1 로고를 프린트해 판매하기도 한다. 가격은 정품(소매가 8만원)에 비해 턱없이 싼 편이나,골퍼들을 속이기 위해 비싸게 받기도 한다. '로스트 볼'을 주워 모은 중고품이라고 하여 한 박스(12개들이)에 2만원 선에 팔기도 하나,일부에서는 대담하게 5만원까지 받기도 한다.

◆위조품은 무엇이 다른가

정품과 위조품은 골프볼 코어의 위치,피스와 구조,재질,딤플의 패턴 등이 다르다. 정품은 3피스이나 위조품은 2피스로 만들어진다. 또 브랜드 인쇄가 조악하고 커버가 두꺼워 표면이 정품에 비해 딱딱하다. 정품은 표면의 딤플이 크기가 다른 5개로 조합돼 있으나 위조품은 크기가 일정한 동그라미 1개로 통일돼 있다.

그래서 불필요한 '접합 선'들이 많다. 한마디로 위조품은 제대로 된 재료를 쓰지 않고 공법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우드 · 아이언샷은 제거리가 나지 않고 퍼트할 때에는 터치감과 구름(롤)에 일관성이 없다. 안전 문제도 뒤따른다. 친 볼이 임팩트 직후 몇 조각으로 쪼개지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위조품을 사지 않으려면

정품과 위조품의 식별은 직접 보고 만져본 뒤 사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정품 스티커가 부착돼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 볼 국내 판매 한국지사인 아쿠쉬네트코리아에서 물건을 대주지 않는 골프숍에서 프로 V1을 구입할 때에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아쿠쉬네트코리아와 거래하는 공식 대리점은 홈페이지(www.titleist.co.kr)에 나와 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