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9일 경복궁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 참석,고개를 숙여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이 대통령은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10시56분께 식장에 도착,공동장의위원장인 한승수 총리의 안내를 받아 귀빈석의 맨 앞줄 가운데에 앉았다.

약 90분간 자리를 지킨 이 대통령은 지극히 말을 아꼈으며 시종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및 주요 요인들과 말없이 목례를 나눈 이 대통령은 착석하자 마자 눈을 감고 잠시 묵념을 했다.

이 대통령은 영구차가 영결식장에 입장하자 일어나 맞았다.

이 대통령 부부와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비롯한 유족들은 특별한 대화 없이 목례만 했다.

이 대통령 내외는 순서에 따라 유족에 이어 두 번째로 영정 앞에 헌화했다.

국민장에서 이 대통령이 단독으로 치른 유일한 의식이었다.

이 대통령 부부가 헌화를 위해 일어서자 장내에서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 측 백원우 민주당 의원이 뛰쳐나오며 “사죄하라,어디서 분향을…”이라고 소리쳤다.

순간 경호원들이 백 의원의 입을 막으며 제지했다.

일부 참석자들 사이에서 “사과하라”“노무현을 살려내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이 대통령 부부는 장내가 시끄럽자 잠시 주위를 둘러본 뒤 헌화하고 묵념했다.

사회를 맡은 송지헌 아나운서는 “고인을 마지막으로 보내는 자리다.경건한 마음으로 명복을 빌어주는 자리다.자중해주시기 바란다”고 수차례 자제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운구차와 유족들이 빠져나가는 뒷모습을 선채로 지켜본 후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한명숙 공동 장례위원장,전직 대통령 등과 인사를 나누고 자리를 떴다.

영결식을 마쳤지만 이 대통령의 고민은 크다.

노 전 대통령 영결식 후 민심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갈지 가늠하기 힘든데다 북한의 무력시위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대치가 예상되는 내달 임시국회,6·10 항쟁 22주년,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등 민감한 사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잇단 악재로 이 대통령이 ‘신아시아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해 대형 이벤트로 심혈을 기울여 온 제주 ‘한·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특별정상회의(6월 1,2일 예정)’가 자칫 빛이 바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도 청와대 내에서 팽배하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개각 카드를 내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이 대통령의 판단이 주목된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