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분양이라 잔뜩 기대했는데 무늬만 동시분양이네요. "

서청라지역 청약을 기다려온 한 소비자는 지난달 29일 입주자 모집공고가 나오자 '속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통상적으로 '동시분양'을 하면 청약수요가 여러 아파트로 분산돼 당첨확률이 높아지는데 서청라는 '동시분양'의 흉내만 냈기 때문이다.

서청라 분양 건설사들은 '동시분양'을 대대적으로 선전해왔다. 견본주택을 인천 인하대 부근에 함께 차리고 지난달 30일 동시에 개관한 데다 청약접수 일정(오는 3~5일)도 똑같이 맞췄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당첨자 발표일은 이틀(SK건설 6월11일,나머지 4개 블록 6월12일)에 걸쳐 나눠놓았다.

수요자들은 이에 따라 SK건설과 나머지 건설사의 4개 블록 중 하나에 중복청약할 수 있게 된다. 언뜻 보면 기회가 늘어난 것 같다. 하지만 실상은 청약경쟁률이 높아지고 당첨확률은 떨어져 소비자에겐 득될 게 별로 없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거두려는 업체들의 '공동 마케팅' 이상의 의미를 담기 어렵게 됐다.

당첨자 발표일이 같은 전형적인 동시분양에선 현행 법규상 중복청약이 불가능하다. 당첨자 발표일이 같은 주택에 2건 이상 중복청약한 경우 청약 자체를 무효처리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동시분양에선 청약수요가 여러 아파트로 분산되고 개별분양 때보다 단지당 청약경쟁률이 낮아진다.

분양에 참가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3개 중견 건설사들이 대형 건설사인 SK와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당첨자 발표일을 다른 날짜로 잡았다"고 털어놓았다. 풀어쓰면 청라에 관심있는 소비자들은 SK 물량을 먼저 찍어주고(청약해주고) 2차로 중견 건설사(반도 한양 동양메이저건설) 물량도 한번 찍어달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동시분양으로 바람몰이하고는 당첨자 발표일은 분산시켜 계약자를 한 명이라도 건져보려 하는 것 같다"며 꼬집었다.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두 번 청약해 동시에 당첨되면 당첨자 발표일이 빠른 아파트를 계약해야만 한다"며 "이를 모르고 당첨자 발표일이 같은 아파트에 중복청약했다가 한 아파트만 당첨돼도 당첨사실이 무효처리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장규호 건설부동산부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