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던 대기업 구조조정이 마침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재무건정성을 평가해 불합격 판정을 받은 기업들 가운데 우선 9개 주채무계열(대기업그룹)이 채권은행과 재무개선약정(MOU) 체결(締結)을 어제 완료했고,이달 초까지는 금융권에 진 빚이 많은 430개 대기업에 대한 신용평가도 마무리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어떻게 하면 빠른 시일내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뤄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주채권은행이 9개 대기업그룹과 맺은 약정내용을 보면 계열사 및 자산매각,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금확보,차입금 상환계획 등과 함께 부채비율,이자보상배율 등과 같은 목표치도 담겨 있다. 기업에 따라선 핵심 계열사를 팔아야 할 곳도 있고 보면 결국 해당 기업들이 얼마나 강한 구조조정 의지를 갖고 약속한 자구노력을 이행할 수 있느냐에 구조조정의 성패가 달린 셈이다.

일각에서는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무리한 구조조정을 밀어붙일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도 있다. 물론 기업실적과 관계없이 부채비율이 일시적으로 크게 높아짐으로써 재무구조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고,이 때문에 구조조정에 떠밀리는 경우가 없다고 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 경기가 다소 살아난다고 하더라도 본격적인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보면 구조조정 지연은 자칫 위험한 도박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오히려 구조조정을 요구받고 있는 기업들로서는 유동성 논란에 계속 휘말리기보다 차제에 그런 우려를 불식(拂拭)시켜 경쟁력있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게 백번 낫다는 생각이다. 이는 시장의 불확실성 해소로 이어져 국가경제적으로는 경제회복을 앞당기는 길이기도 하다.

앞으로 채권단과 정부가 할 일도 적지 않다. 채권단은 사모투자펀드(PEF)를 조성해, 또 정부는 구조조정기금을 통해 구조조정을 촉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이에 더해 제대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다면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에 대해선 적절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시장에서 자율적이고, 상시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도록 여건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